합격한 자소서 보니 '기획·협업·관리' 키워드 부상…AI 시대 인간 역량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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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만명에 달하는 합격자의 자기소개서(자소서)에서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역량인 '기획·협업·관리' 키워드가 크게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활용이 늘어난 채용 환경 속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분야가 합격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본지가 사람인에 주요 직무 지원자의 합격 자소서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 1~5위를 분석 요청한 결과, '기획', '협업', '관리' 등이 올해 들어 공통적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이번 분석은 총 5만건의 합격 자소서를 기반으로 했다.

개발 직무에서는 2024년에 △관리(48.9%) △협업(33.0%) △데이터(32.6%) △진행(31.3%) △설계(27.0%)가 1~5위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관리(63.2%) △협업(44%) △데이터(44%)는 그대로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서비스(37.6%) △기획(37.5%)이 새롭게 4·5위에 올랐다. 반면 2024년에 같은 순위였던 △진행 △설계는 5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기업의 요구가 단순한 기술 수행을 넘어 서비스 구현 전반에 대한 이해와 기획 경험을 갖춘 개발자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단순한 진행이나 설계는 AI 자동화로 많은 부분이 대체되고 있고, 사람에게는 보다 복잡한 단계의 기획 과제가 요구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비즈니스 분야는 2024년에 △관리(67.3%) △기획(64.4%) △마케팅(49.1%) △진행(49%) △분석(45%)이 상위 5위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관리(74%) △기획(70.4%)이 1·2위를 유지한 가운데 △분석(55.3%)이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또한 △협업(54.6%)이 올해 처음으로 4위에 오르며 중요성이 부각됐다.

기업의 대다수 의사결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분석 역량의 중요성은 해마다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AI가 기본 분석을 대체하는 상황에서는 팀 간 조율·의사결정 등 사람 간 협업이 오히려 합격률을 가르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디자인 직무에서는 2024년 상위 키워드가 △디자인(76.9%) △어도비 포토샵(62.6%)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51.2%) △기획(45.8%) 순이었다. 2025년 △기획(60.4%)이 2위까지 급상승했고 어도비 포토샵(55.5%)은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갔다. 대신 △관리(51.9%) 키워드가 새롭게 5위에 등장했다.

AI 디자인 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단순 툴 활용 능력보다 브랜드 콘셉트, 사용자 경험, 전략적 기획 등 보다 상위의 사고 능력이 중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마케팅·광고 직무에서도 '기획' 역량 강화가 두드러졌다. 2024년에 △마케팅(71.7%) △기획(70%) △관리(66.9%) △진행(49.1%) △커뮤니케이션(46.5%) 순이었던 상위권은 2025년 △기획(76.8%) △마케팅(73.3%) △관리(67.8%) △협업(55.4%) △커뮤니케이션(55.1%)으로 재편됐다. 협업 키워드가 새롭게 순위권에 진입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마케팅 실무의 많은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사람 중심의 전략 기획·조율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뒷받침한다. 특히 성과 측정·타깃 분석 등 반복적 마케팅 업무는 AI 자동화가 크게 확산되며, 기획력·소통력·조율 능력 등 인간 중심 역량이 채용 평가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합격자소서 키워드 변화는 기업이 실제로 요구하는 역량이 단순 기술·툴 사용 능력에서 벗어나, 서비스 구현·문제 해결·팀 협력 등 고도화된 인간 중심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김정길 사람인 AI랩실장은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단순한 직무 도구 활용 역량을 넘어 사람과 사람, 조직 간 협업과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역량이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대부분의 직무에서 기획, 협업, 문제 해결 역량 관련 키워드가 합격의 열쇠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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