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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기자

“섭섭하고…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25일부터 네이버·카카오TV를 통해 '라이브특강' 송출을 시작했다. 3사는 각각 자료를 내며 이를 알렸다. 그러나 포털 쪽 심기는 편치 않아 보인다. 라이브특강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을 메우기 위해 EBS가 2주 동안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이다.

포털이 EBS에 서운함을 표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EBS 자체 서버는 라이브특강 첫날인 23일 다운됐다. 한꺼번에 많은 시청자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EBS는 미리 준비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시청자를 분산했다.

뒤늦게 사태를 접한 국내 포털은 이틀이 지난 25일에야 라이브특강을 송출할 수 있었다. EBS는 “유튜브가 학생들에게 익숙하고, 이전에도 라이브를 진행한 적이 있어 선택했다”고 해명했다.

EBS는 사실 공영방송이다. 예산 가운데 약 25%를 세금으로 지원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장을 임명한다. 법상으로 공공기관이 아닌 것은 독립성을 위한 최소 장치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역차별' 해소를 기치로 내걸었다. 특히 방통위는 구글, 유튜브를 상대로 국내법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토종 포털에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글로벌 기업에 왜 EBS가 국민 세금으로 만든 콘텐츠를 몰아 주냐”는 불만이 나올 만 하다.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EBS가 유튜브에 콘텐츠 송출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법률로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면서도 “세금을 투입해서 운영하는 방송사가 글로벌과 토종기업에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26일에도 EBS 홈페이지 라이브 특강 안내에는 유튜브로 직접 가는 링크만 걸려 있다. EBS는 27일부터 네이버와 카카오 채널 링크를 추가할 방침이다.


사정이 급해 미처 생각이 못 미쳤을 수도 있다. 이번을 기회로 EBS와 국내 포털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길 바란다. 교육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역량을 모은 'K-에듀' 모델이 나오길 기대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