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바프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했다. 이후 많은 국가와 기업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계획을 세웠다. 거대한 구호를 내세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추상형의 말보다 디지털 전환이 좀 더 현실에 와 닿는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뤄 가는 일부분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우리는 강제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았다. 기업은 디지털 협업 도구를 이용해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교육기관은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기업은 물론 교육기관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으로 강제돼 떠밀려졌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교육기관과 교사, 교수들은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다. 카메라를 보면서 떠든다고 수업다운 수업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학생과의 상호작용은 어찌해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하다. 디지털 전환을 막아 온 규제도 문제로 드러난다. 교수가 온라인 수업을 해도 학점이 인정되지 않는 구조였다. 수년 동안 이 같은 규제를 해결하려고 애써 왔다. 이것을 코로나19가 바로 가능하게 했다.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기술 도입보다 문화를 바꾸는 것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소환한 디지털 전환은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서비스 형식을 더 빠르게 바꾸고 있다. 깃대를 쳐들고 4차 산업혁명을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고 소리칠 때와 다르다.
코로나19는 세계 경제 위기를 불러왔지만 새로운 시작의 시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세계 기술과 기업, 문화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세계를 혼돈 속에 빠뜨린 코로나19로 인해 사업 환경과 삶의 문화가 달라진다.
기업 운영 방식의 변화가 예상된다. 재택과 유연 근무,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한 계획을 돌아볼 시점이다. 우리는 법 규제로 주52시간 근무를 시작하면서 근무 방식 변화를 논의했다. 이제는 규제가 아닌 리스크 축소 등의 이유로 새로운 근무 형식을 도입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된 뒤 과거와 같은 형태의 근무를 지속하는 기업은 또다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번만 지나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시장도 달라진다. 원격 활동 증가로 소비자 행동 패턴이 바뀌며, 상품과 서비스 변화가 가속화된다. '언택트' 문화는 가속되지만 이로 인해 충족되지 않는 또 다른 요구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 위기 속에도 빛나는 기업이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예측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래 지향 자세로 미리 사업 모델 혁신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4차 산업혁명이 이야기될때 현재 문제를 따져보고 앞으로 나아갈 투자를 한 덕이다. 소비 패턴 변화를 주시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혁신을 진행했다.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코로나19는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던져 준다. 조직원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환경이 됐다.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도 기존대로 사업을 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학교까지 전략과 조직, 일하는 방식을 한 걸음 진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위기 속에는 늘 기회가 있다.
김인순 ICT융합부 데스크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