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변동 커져 새 분쟁 불씨로
7.22%P 차이로 조 회장 측 유리
연임 결정되면 해임 사실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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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뺏으려는 조현아 3자 연합 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27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은 주총을 통해 사태가 완료되지만, 한진그룹의 경우 정기주총 의결권 지분과 현재 지분에 변동이 커 임시주총 등 새로운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 진영 지분율을 고려하면 정기주총에선 조 회장이 조현아 3자 연합보다 유리한 상황이지만, 현재 지분구조는 조현아 3자 연합이 역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주총의 경우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의결권이 부여되지만, 이후 지분율이 크게 요동쳤다. 임시주총이 열리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기주총 이후에도 임시주총 소집 등으로 사태가 이어지며, 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주총, 조원태 회장 우세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은 주주명부를 폐쇄하기 전 보유한 지분으로 한정된다. 기준일은 지난해 12월 26일이다.

정기주총 지분율은 조 회장 진영이 우위에 있다. 잠재적 우호지분까지 포함해 조 회장 진영은 37.5%, 조현아 3자 연합은 30.28%로 격차는 7.22% 포인트(P)다.

조 회장 진영 지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오너일가 및 한진그룹 재단(22.45%), 대한항공과 협력관계에 있는 델타항공(10%)이 보유한 32.45%다. 이외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3.8%), 카카오(1.0%), GS칼텍스(0.25%) 등도 잠재적 우호지분으로 이를 합산하면 37.5%다.

조현아 3자 연합이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현아 3자 연합 지분은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그룹(8.20%)로 구성된다. 그러나 반도그룹 보유 지분 중 8.20% 중 3.20%에 대한 의결권은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행사할 수 없다. 법원이 반도그룹이 제기한 의결권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알려진 우호 지분은 지분 1.5%를 보유한 한진칼 소액주주연대다. KCGI는 이달 11일부터 위임장을 받아 확보한 지분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핵심 안건은 조원태 연임

주주총회 핵심 안건은 조 회장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이다.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2.90%)을 비롯한 기관투자자, 외국인투자자 등이 참고하는 의결권 자문사는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대신지배구조연구원 등은 조 회장 연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에 또 다른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조 회장 연임을 반대했다.

조 회장 연임을 찬성한 의결권 자문사는 17년 항공·물류 경력이 회사 경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고, 반대한 자문사는 조 회장이 이사 재임 시절 있었던 규제당국의 계열사 제재 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진칼 이사회 구성원은 지난 23일 임기가 만료된 조 회장 등 2명을 제외하면 4명(사내 1명·사외 3명)이사이다.

조 회장 진영은 이사후보로 7명을, 조현아 3자 연합은 6명을 각각 추천했다. 이는 이사회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상법에 따른 회사기회유용금지, 자기거래금지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은 이사회 결의가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 결의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조현아 3자 연합이 장기전을 예고했지만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사실상 해임이 쉽지 않다. 임시주총 출석주주 3분의 2의 찬성을 받아야 하고 찬성 주식수가 발행주식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경영권 분쟁, 한진에 '약'됐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경영권 싸움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오너가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간의 싸움이다.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그룹 간 계약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에 직접 나설 수 없다.

KCGI는 2018년 11월 한진칼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휴자산 매각과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일 최대주주에 오른 뒤에도 최고경영자(CEO)와 면담신청이 거절됐다.

변화의 바람이 분 계기는 올해 1월에 있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이 사망에 따른 재산상속으로 지분이 늘어난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은 것이다. 반도그룹까지 가세하면서 KCGI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에 한진그룹은 2월 경영투명성과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 대응에 나선다. 지난해 발표한 '비전 2023'에 대한 구체적 실행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호텔·레저 등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저수익 자산도 정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충분한 지분이 없어 급히 주주친화적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수익실현을 목표로 하는 KCGI를 투기자본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KCGI는 현 경영진에 대한 경영실패를 지적하며 조 회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조 회장 진영은 항공산업이 위기에 직면했기에 전문가로 이뤄진 현 경영진이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도 최대주주의 '경영실패'에 책임을 묻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으나, 한진칼 사례를 계기로 '최대주주=경영자'라는 한국 투자자의 고정관념이 깨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