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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대한변리사회가 전례없는 변화에 직면했다. 1946년 대한변리사회 창립 이후 처음으로 40대 회장 시대가 시작됐다.

주인공은 홍장원 신임 회장. 그가 후보로 출마했을 때 이같은 결과를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홍 회장은 “회원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절실했던 게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홍 회장은 변리사를 둘러싼 환경이 왜곡됐고 불합리한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평가했다. 평가 업무 등 고유 업역은 침해받는 반면 소송대리 등 변리사 권리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허 출원 수임료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는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고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모두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미약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재임 기간 동안 변리사가 직면한 문제점을 제대로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차근차근 그러나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회원이 권익 증진 측면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홍 회장은 재임하는 2년간 급여를 협회에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인상이 예정됐던 회원 회비는 동결한다.

그는 “변리사회 재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묵과할 수 없었다”며 “회비는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때 올려야 지 당장 올리는 것은 회원 부담만 늘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자신의 장점으로 '현장감과 추진력'을, 단점으로 '연륜'을 손꼽았다.

그는 “30대부터 50대를 주축으로 임원진을 꾸리되 연륜 있는 선배 변리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소통하고 조언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변리사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변리사도 차치하고 변리사 간 저가 경쟁을 불사했다”며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선 무료 상담, 저가 경쟁 등을 자제하는 풍토가 자리잡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40대 홍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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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원배 통신방송과학부 부장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것에 대한 소감과 포부는.

▲40대 회장이라는 이력에 큰 무게감을 느낀다. 변리사회에 새로운 바람과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도 변화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변리사 업계가 왜곡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변화를 위한 행동 측면에서 움직임이 없었다. 현장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앞장서서 변화를 유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마했는데 이제 실천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회원 선택을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수가개선 등 변리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변리사법을 개정하는 것은 과거나 미래의 모든 후보에게 공통되는 어젠다다. 다만 내 경우에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라는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애를 썼다. 작은 성공이 중요하다. 작은 성공에 바탕해 자신감도 생기고 협회에 대한 관심도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다고 지레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작은 일부터 차근히 해결해 나가려 한다.

-변리사회의 한 목소리, 하나로 힘을 모으기 위한 복안은.

▲변리사회, 업계 안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변리사처럼 분석적이며 지적인 업역은 드물다. 또 변리사가 다루는 법처럼 자주 바뀌는 법이 있을까 싶다. 그만큼 예리하고 정교할 수 밖에 없고,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의견이 다양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따라서 의견과 입장이 다르고 격렬하더라도 이는 자연스러운 변리사회의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이 에너지를 어떻게 큰 하나의 목표 아래 모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목표를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집행부는 모든 변리사가 당면한 문제인 업무환경 문제 즉 과제개선, 불공정행위 근절 등을 통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으려고 한다.

다음 목표는 변리사의 사회적 위상,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다. 변리사가 산업발전의 첨병이라고 하지만 회 차원에서의 산업계 영향력은 매우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산업부문에서 변리사의 활발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변리사들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회의 적극적인 중개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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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선거 시 강한 변리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한 변리사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 그 실천 전략은 무엇인가.

▲회원의 지지와 관심이 있는 변리사회다. 변리사회가 무엇을 추진하고자할 때, 집행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회원이 호응하고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원에게 회비감면 등으로 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업계에 만성화된 고질적인 악폐를 협회 차원에서 규율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변리업이 서비스업이다 보니 고객의 부당한 요구가 있어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어려우면 협회가 나서 부당하다고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어려움에 나서주는 협회로 회원들의 관심과 지지를 모으려고 한다.

-취임하자마자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저가수임, 미수금 등 갑질행위, 비변리행위에 대한 악성 사례를 수집할 예정이다. 갑질은 현재 업계에 만연해 있는 저가 수익료 관행 등을 말한다.

출연연, 산학협력단을 대상으로 변리사가 받는 출원 평균 수익료가 70원대다. 기업은 150만원 수준이니 정확히 반 수준이다. 대기업 부담 출원료 또한 해외의 30% 수준이니 단가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단가가 상당 기간 고착화돼서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24조원에 이르는데 특허 비용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R&D 최종 산물이 특허인데 관련 투자를 잘 안하니 성과도 부실한 것 아닌가. 변리사들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 약했다.

비변리 행위는 컨설팅, 조사업무를 비변리사들이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건 명백하게 규정 위반인데 변리사법엔 처벌규정이 없다. 적정 수익 확보는 어찌보면 다음 문제다. 업역은 보호 받아야 하지 않겠나.

-무료 서비스 금지 캠페인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취지인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상담은 지속하는 게 맞다. 많은 변리사가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고객 유치를 위해 적정 대가를 포기하고 경쟁적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다. 특허 출원 상담을 와달라고 하면 경쟁적으로 나간다. 남이 무료로 해주니 나도 무료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전한 법률 서비스는 적정한 대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 품질이 좋아진다. 무료 선행조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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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점을 두는 법안은 무엇인가.

▲중요성 순위보다는 우선추진 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본다. 법안은 통과돼야 의미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저항이 낮은 법안부터 우선 추진해야 한다. 비변리사의 해외 상표 출원 알선 등을 금지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우선 추진하려고 한다. 소비자, 즉 일반 국민의 피해가 또렷하며 비자격사의 사실상 법률대리라는 점에서 변협도 이해를 같이할 수 밖에 없다.

-변리사업계와 특허청과 관계도 매우 중요한데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서로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구체적 어젠다가 나와야 한다. '법안통과에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일반론 정도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어젠다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때 쌍방간 협력관계가 좀 더 절실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특허청과 함께해야 할 사업이나 정책이 명확해지고 역할이 정해진다. 손해배상액 현실화 법안 통과나 지식재산청 수립 등을 놓고 협력을 해나갈 생각이다.

-사업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전임 집행부가 인상하려던 회비를 원래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정에 문제가 없나.

▲변리사회의 사업비는 늘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예산 대부분을 사실상 회비에 의존하는데 예산 상당부분은 인건비로 지출된다. 회비를 인상하면 일정 부분 재정상 여유는 확보되겠지만 부족한 사업비가 일순간에 풍부해 지긴 어렵다. 큰 보탬이 되기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회비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회원에게 회비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은 결국 협회에 대한 무관심을 키우고 가입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회비를 인하하겠다는 것은, 회원혜택 우선이라는 41대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표현이다. 회비를 인상하기 전에, 협회의 수익성을 우선 올려보려 한다. 41대 집행부는 회의 수익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탄탄한 기획력을 갖추려고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현재 인선을 갖춰나가고 있다.

-협회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의욕적으로 변화를 추진하지만 결국 보수적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은데.

▲인정한다. 집행부, 회장이 되면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될 수 있다.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 임원진, 집행부의 방향성, 정책이 남다른게 아니다. 우리 업역을 보호하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자는 것이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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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변리사는

1972년생으로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제38회 변리사시험에 합격했고 현재 특허법인 하나 대표변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8 지식재산권과제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변리사 자격 취득 전엔 LG-EDS시스템(현 LG CNS)에서 근무했다. 저작권 등 지식재산에 관심이 커져 변리사 시험에 응시했다.

홍 회장은 '행동가'로 알려져 있다. 문제 의식을 갖고만 있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론대로 변화에 앞장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