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사 재택근무 어려워
인천 남동-경남 창원 수급 난항
직원들 개별 구매에 의존
땀 흘려 쉽게 오염...공급 절실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으로 정부가 5부제 시행까지 나선 가운데 산업단지의 중소 제조업체들도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단 내 제조기업들은 재택근무 자체가 어려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타격이 일반 기업보다 크다. 또 대부분의 산단에는 약국·우체국 등 마스크 수급 시설이 부족해 제조기업 애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국가 산단 내 제조기업들이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단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지난 5일 이전 회사 차원에서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많다.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개별 구매하도록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방진마스크를 사용하는 특수작업 외에 단순 조립 작업에서 쓰이는 일반마스크 수급이 특히 힘들다.
인천 남동 국가산업단지에서 기계·로봇 부품을 제작하는 A기업은 지난달 말부터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업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개별적으로 구매하라고 권고했다. 또 생산라인 직원들이 마주 보고 작업하지 않도록 하는 등 고육책을 펴고 있다.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에서 기계 부품을 제조하는 B기업도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개별적으로 구매해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이 기업은 특수 작업에 쓰이는 방진마스크 재고는 갖췄지만 단순 조립 작업이나 사무실에서 활용하는 일반마스크는 확보하지 못했다. B기업 관계자는 “작업용으로 쓰는 방진마스크가 있긴 하지만 단순 조립작업이나 사무실에서는 마스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 이전에 마스크 물량을 확보했지만 재고가 동나 향후 물량 수급을 걱정하는 기업도 있다. 경기 군포와 대구 공장에서 기계부품을 제조하는 C기업은 지난달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입했지만 이번 주 추가 공급할 마스크가 없다. 이 기업은 직원에게 세척 후 사용하는 등 개별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산단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일반 기업보다 더 피해가 크다. 제조기업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려워 공장 가동 중단 시 곧바로 사업 손실로 이어진다. 또 근로자가 땀을 많이 흘리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마스크는 쉽게 오염된다. 산단 내 약국·우체국 등 마스크를 공급받을 기반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는 산단 마스크 공급 대책은 빠졌다. 대책이 마스크 공급 확대와 함께 5부제를 바탕으로 한 '공평 보급'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대책 이전에 확보한 마스크 1만개를 산단공 대구경북본부에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또 전국의 26개 산단 방역도움센터를 통해 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지원한다.
업계는 산단 지원대책이 국가 산단에만 한정돼 있고 제조기업 애로를 해결하기에는 규모가 작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단공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전국산업단지 1212곳에 기업 10만786곳이 입주했고 종사자는 215만7000명에 이른다. 이 중 산단공이 관할하는 기업은 절반이 조금 넘는 5만3836곳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