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시행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할 뿐만 아니라 일선 현장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등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특화 데이터 분야 컨설팅 등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저정책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3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위한 체계적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데이터3법 통과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등 각 중소기업 단체에서도 측면 지원에 나섰지만 정작 비즈니스 차원에서 법 통과로 인해 어떤 이득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나 지원이 일절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대에 비해 얻는 효과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겠다는 문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 등 데이터3법 소관 부처에서는 데이터바우처 사업 등 데이터3법과 관련한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 중소기업에게는 먼 이야기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데이터3법 통과에 따른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적용 분야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3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소프트웨어(SW) 등 정보통신기술(ICT) 또는 금융권을 비롯한 핀테크 기업이다. 이미 대량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거나 데이터를 수집·가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공급 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최신 ICT 기술에 관심이 큰 벤처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기업은 데이터 관련 배경 지식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으로부터 회사 데이터를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오고는 있지만 데이터에 대해 서로 접근하는 방식이 워낙 다르다보니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사업 논의를 위한 자리가 오히려 컨설팅을 해주는 자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제조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스마트공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중소기업에게 분석·가공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현장 수요는 많지 않다. 업종별로 제각기 특성이 다를 뿐 아니라 스마트공장 도입에 따른 생산 개선 효과 등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0개 제조중소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데이터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에 관해 단순히 알고 있는 수준에 그친다. 생산 효율화는 물론이고 데이터 분석에 따른 마케팅 활용 등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데이터 분야만 특정해 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결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데이터경제에 따른 기대나 사업 전략 수립 등은 아무래도 전통 중소기업에게까지 적용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계 안팎에서는 중소기업을 위한 데이터 특화 컨설팅 지원 등 수요자 중심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는 “데이터3법 시행으로 인해 생기는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별 민간업체가 아닌 정부 등 공공 분야가 체계적인 진단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