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단위 '사업·과제'서 품목으로 전환
성과 미진 땐 책임 소재 '문패' 역할할 듯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100대 핵심전략품목'별 연구개발(R&D) 책임 부처를 지정한다.
R&D 관리 단위를 '사업·과제'에서 '품목'으로 전환해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성과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R&D 투자방향'에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부장 R&D 관리 운영 방안을 반영하고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 등은 기술 자립화가 시급한 '소·부·장 100대 핵심전략품목'을 선정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가 대상이다. 시장 특성, 국내외 기술 자립도 현황 등을 고려해 품목별 맞춤형 R&D 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R&D 성과 제고를 위해 부처 협의를 거쳐 '100대 핵심전략품목'별 책임 부처를 지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웨이퍼 반송장치는 산업통상자원부, 고부가 에폭시수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각각 책임 기관으로 지정하는 식이다. 책임 부처는 R&D 사업, 세부 과제 소관 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R&D 관리 단위를 '사업'에서 '품목'으로 전환, 기획 중복 등 비효율 요인 제거에 유리한 구조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특정 품목의 R&D 성과가 미진할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질 수 있도록 일종의 '문패'를 거는 효과도 있다. 현재 R&D 사업, 과제별 소관 부처가 있지만 사업 전반을 주도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다.
과거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 R&D 사업에 여러 부처가 참여하면서 책임 의식이 떨어지고 성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다른 부처의 이견에 부닥칠 가능성도 있다. 소부장 관련 대다수 R&D가 산업부와 중기부 중심으로 이뤄진다. 양 부처가 가장 큰 부담을 지게 될 공산이 크다.
과기혁신본부 관계자는 20일 “지난해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이후 소부장 R&D의 중요성이 부상해 예산이 대거 투입됐다”면서 “소부장 국가 경쟁력은 물론 R&D 효율 측면에서도 사업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고, 이에 맞춰 품목별로 책임 부처를 지정해 책임감을 강화하는 방안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부장 전용 사업을 핵심 품목 성과 관리 중심으로 평가하고, 결과를 예산·배분 조정에 활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면서 “당초 계획한 목표대로 R&D가 이행될 수 있도록 목표지향적 관리 체계 도입을 위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