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총 앞두고 내부 결속 다져, 조원태 회장 측 회유전략 사전 차단, KCGI "대세 기울어 기필코 이길 것"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3자 연합이 3년 이상 협력을 확약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장기화를 고려해 결속력을 다진 것이다. 지분율을 37.08%까지 늘리는 등 장기전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사직을 잃을 경우 판세를 뒤집기 위해 조 전 부사장 회유에 나설 전망이지만, 3자 연합 간 계약이 걸림돌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에서 “3자 연합은 계약을 통해 협력관계 등을 법적 확약했다”며 “재무구조 개선에만 최소 2년이 소요되고 기업체질까지 개선하려면 3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지분이 조 회장 측을 앞선다고 말할 수 없지만 대세가 기울었고,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기필코 이길 것”이라며 “3자 연합에 속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주주는 경영에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KCGI 출구전략은 정해진 게 없고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KCGI 펀드 만기는 14년으로 엘리엇처럼 먹튀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라고 설명했다.
KCGI는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연합한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KCGI는 이날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누적적자, 부채비율 등을 토대로 한 기존 주장을 강조하며 현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노조 등에서 우려하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현대시멘트, 이노와이어리스 인수 후에도 관련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은 공개하진 않아,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남겼다. KCGI는 한진그룹이 과거 KCGI가 제시한 요구안을 토대로 경영쇄신안을 내놓으며 대응한 점을 고려해 구체적 쇄신안은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KCGI는 조 회장 백기사 측에 섰다고 알려진 델타항공, 카카오를 상대로 날을 세우기도 했다.
강 대표는 “항공사업과 시너지를 낸다면서 대한항공 주식이 아닌 한진칼 주식을 샀다”며 “한진 오너가 사익을 위한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 회장 진영은 KCGI가 경영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원색적 비난만 일삼았다며 반박자료를 냈다. 부채비율, 누적적자 등 근거 자료도 필요에 따라 일부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후보 7인에 대해서도 전문성과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은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일 뿐”이라며 “조원태 회장 체제가 장기적 투자가치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역설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