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세대 수주 좌절 후 절치부심
퀀타 5·6세대 시안 2공장 설치 예정
화성 EUV라인 합쳐 7000억 규모 추산
美 램리서치 강세 속 국내기업 성과
원익IPS가 삼성전자에 '토종 몰딩 장비'를 공급해 주목된다. 이 장비는 3D 낸드플래시 제조에 필수적인 설비로, 그동안 해외 업체가 공급을 주도해왔던 품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IPS는 삼성전자로부터 신형 몰딩 장비(퀀타 5세대·6세대)를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장비는 삼성전자의 중국 낸드플래시 공장인 시안 2공장에 설치될 계획으로, 하이엔드 3D 낸드플래시 제조 공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원익IPS가 납품하는 구체적인 수량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원익IPS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정도의 규모라는 게 업계 평가다.
3D 낸드플래시는 회로를 수직으로 세워 저장용량을 높인 반도체다. '옥사이드'와 '나이트라이드'라는 화학물질로 만든 얇은 막을 번갈아가면서 층층이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몰딩 공정이다. 옥사이드와 나이트라이드를 균일하게 쌓도록 만드는 게 몰딩 장비다. 3D 낸드의 적층수가 100단을 넘어가면서 몰딩 장비의 성능이 중요해지고 있다.
원익IPS가 삼성전자에 몰딩 장비를 납품한 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삼성 시안 1공장에도 몰딩 장비를 넣었다.
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거래가 뜸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인 미국 램리서치가 강세를 보여서다. 램리서치는 그동안 삼성전자 주문을 전량 수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익IPS는 절치부심으로 연구개발을 강화, 장비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이번에 재진입에 성공했다.
원익IPS는 장비 내 플라즈마 밀도를 높이고, 장비당 챔버 개수도 늘려 생산성을 높였다. 특히 100단 이상의 고적층 낸드플래시 생산에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평탄한 박막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램리서치도 삼성 몰딩 장비를 수주했지만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장비가 삼성의 핵심 반도체 공정에 다시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원익IPS 신규 장비가 박막 평탄도 면에서는 성능이 앞선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원익IPS는 삼성 시안 2공장 몰딩 장비 공급 외에도 화성 극자외선(EUV) 라인에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용 증착 장비, 평택 2공장 10나노 D램 공정 장비 등도 공급을 따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장비의 납품 규모는 총 7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원익IPS는 늘어난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 신규 라인 장비 공급에 힘입어 올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