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는 모르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구를 한눈에 바라본다고 상상하면 매우 다이내믹하게 보일 것이다. 곳곳에서 전쟁과 싸움이 있으며, 상대방과 협상이나 거래를 하고 있을 것이고, 인류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의 열정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다이내믹한 세상은 미국과 이란의 정치·군사 대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처럼 잘 알려지면서 눈에 보이게 움직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환율·주식·물가처럼 눈에 잘 띄지 않게 움직이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가 다른 방식으로도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세상을 다이내믹하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과 에너지는 아마 돈일 것이다.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정보기술(IT) 산업이 크게 성장한 2000년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때 이후로부터는 과거와 다르게 세상을 움직이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이 있다. 바로 큰돈을 벌게 해 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다.
과거 기술과 아이디어가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세상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알프레드 노벨처럼 과학과 기술 성과로 돈을 많이 벌게 돼 사회에 기여하게 된 경우나 돈이 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과학자가 돼 연구에 집중하는 수도 있지만 대부분 과학자는 과학과 기술을 통해 돈을 벌거나 세상을 움직이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이슈타인, 찰스 다윈, 니콜라 테슬라 등 큰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최근의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과학을 시작하고, 창의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은 그 과학의 산물,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2018년 IBM은 클라우드 IT 업체 레드햇 인수에 330억달러, 브로드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업체 CA테크놀로지 인수에 189억달러를 각각 썼다. 지난해에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고객관계관리(CRM) 업체인 세일즈포스가 태블로를 157억달러, 구글이 분석 업체 루커를 26억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그리고 최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에서 배달의민족으로 잘 알려진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를 40억달러로 평가,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대학과 연구소에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을 유도하고 있으며, 개발된 기술은 연구자가 직접 창업하거나 많은 기업에 이전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바이오 기술은 수많은 R&D를 통해 이미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도대체 새롭게 창출된 기술·아이디어의 가치는 어느 정도가 적정할 것일까.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을 비싸게 사는 걸까, 싸게 사는 걸까. 많은 사람이 정확한 기준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금액 규모와 본인의 화폐 가치에 따라 비싸다, 싸다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비싼지 싼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는 그 자체가 돈이며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 많은 바이오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매우 작으며, 이익은 전혀 내지 못하고 있고, 과연 이익은 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높은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으며 바이오산업에 새로운 변화, 즉 인간의 질병 퇴치를 위해 기술 개발과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는 국내외 대형 제약사에 라이선스를 넘겨주면서 나타나고 있다. 또 최근 몇몇 벤처기업들은 1895년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가 발견한 X레이와 X레이 발생 방법을 125년 만에 바꾸려 한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많은 국내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이라는 방법을 통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돈이고 새로운 세상을 움직이는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기술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너무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 과거처럼 기술과 아이디어가 개발자가 아닌 특정한 누구에게만 돈을 벌게 해 주는 데 수단으로 작용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 자체가 돈이자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가 왔다.
민경철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상무 kcmin@sgiv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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