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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이 인터넷 강국의 경험을 살려 인공지능(AI)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했다. 12월 17일 국무회의에서는 국가 차원의 AI 전략이 발표됐다.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란 제목 아래 '세계를 선도하는 AI 생태계 구축,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사람 중심의 AI 구현'이란 전략으로 한국이 2030년까지 국가 AI 전략 추진을 통해 세계 디지털 경쟁력 3위, AI 기반 경제 효과 455조원, 삶의 질 10위 국가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AI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범 국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해 글로벌 AI 강국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신기술 발목을 잡는 규제 타파를 위한 AI 미래사회 법제정비단을 꾸려 분기별로 대통령 주재 전략 회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벤처기업 대표는 말로만 하지 말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이었다.

우리나라의 명운이 달린 AI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화려한 말이 가득 찬 계획서가 아니라 AI가 앞으로 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철폐라고 본다. AI 성공을 위해서는 첫째도 규제 철폐, 둘째도 규제 철폐, 셋째도 규제 철폐다. 정부가 할 일은 이것 한 가지밖에 없다고 본다. 나머지는 모두 기업 몫이다.

지난 4일 벤처기업인이 중심이 된 규제개혁당의 창당 발기인 대회가 있었다. 각종 규제가 대한민국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규제 개혁을 위해 낡은 정치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규제개혁당 대표는 “규제 혁신을 하겠다고 정부마다 그렇게 외쳤지만 1998년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꾸려진 이후 22년 동안 규제 800개가 없어지고 7000개가 새로 생겨났다”고 토로했다. 기업인까지 정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지만 오죽 답답하면 그러했겠는가.

규제 폐지 압력이 워낙 거세지니까 2년 전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노는 것처럼 기업이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혁신 제품이나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유예하는 제도로, 취지는 참 좋다. 그런데 기업이 임시로 신기술·신서비스를 상품으로 출시하는 경우 임시허가 기간이 2년이고, 1회에 한 해 연장이 가능해 최대 4년이다. 이 기간에 정부는 기존 법률 관련 규제가 정비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지만 해당 규제를 그동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투자는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4년 후 그 기업은 오히려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규제 샌드박스는 4년 유예해 줘서 규제를 피해 가게 하는 제도일 뿐이다. 이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피해 기업 수는 더욱 늘어 갈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크게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조금만 따져 보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국가 명운을 좌우하는 AI의 최대 걸림돌은 규제 문제다. 규제는 법과 제도 문제로, 국민의 의식과 깊게 연관돼 있다. 규제를 바꾸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익을 보는 그룹과 손해를 보는 그룹이 있게 되며, 손해를 보는 그룹이 목숨 걸고 반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규제 철폐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정치권은 손해 보는 그룹에 대해 목숨 걸고 적극 설득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공짜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 자세와 강력한 의지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고문 yim@kic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