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든 완성차 업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차주부터 생산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쌍용차와 현대차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기아차와 르노삼성차, 한국지엠도 다음 주부터 휴업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 고객 차량 인도뿐 아니라 수출 전선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차는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부품 재고가 소진되는 11일 이후부터 공장가동을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기아자동차는 감산을 통해 버티고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공장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품의 재고는 보통 1주일 치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역시 이번주 금요일까지 중단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중국에서 해당 부품을 공급받는 구조는 거의 같다.
앞서 현대차와 쌍용차는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 차질로 4일부터 단기 휴업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4일부터, 현대차는 7일부터 국내 모든 공장이 문을 닫는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춘제 연휴로 공장을 멈췄던 중국 업체가 연휴가 끝나는 10일 이후 공장을 정상 가동할 계획이라고 알려왔다”며 “다만 공장을 재가동하는 데 2∼3일 준비 시간이 걸려 단기간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차는 중국업체의 부품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2∼3일 정도 휴업한 뒤 이후부터는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내 신종 코로나 사태 악화로 중국 부품공장이 휴업을 재연장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휴업도 함께 길어질 수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낮고 일본이나 멕시코 등 르노그룹의 글로벌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공급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이번 사태가 길어져 세계 모든 자동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아차와 한국지엠도 다음 주에는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지엠은 다른 업체들보다 설 연휴 후 이틀 늦게 공장을 가동한 터라 재고 여유가 있을 수 있지만 중국에서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는 구조는 거의 같다.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항공기로 들여오면 물류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기아차는 지난 3일부터 생산량을 조절하는 감산에 들어갔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4일부터 '봉고 Ⅲ' 감산에 들어간 데 이어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되고 있어 중국 현지 협력업체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전면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이 부품의 재고를 통상 1주일 치 정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은 자동차 부품업계로 번지고 있다. 완성차업체 생산라인이 멈춰서면서 부품업체들도 줄줄이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는 4일부터 11일까지 울산 모듈 공장의 생산라인을 중단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도 8일부터 이틀간 광주·평택·곡성공장 문을 닫는다. 한국타이어 역시 생산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휴업 결정을 내리면서 기한을 정해놨지만 더 미뤄질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에서 연휴를 연장하거나 지방을 다녀온 경우 격리 기간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생산 정상화는 더 길어진다. 예정대로 10일에 공장이 문을 열더라도 생산, 통관 등에 시간이 걸린다.
완성차 업체들은 와이어링 생산 업체의 국내 공장 가동을 늘리거나 동남아에서 납품받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중국 공장이 정상화되기 전에는 급한 불을 끄는 정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차종은 판매용 재고가 있고, 생산 공백도 특근 등을 통해서 메울 수 있다”며 “만일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손실을 피할 수 없고, 국내 고객뿐 아니라 해외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당장 와이어링 하니스가 문제지만 장기화시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쉬 등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