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테크 2020]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을 만든다?…마법 같은 나노기술

'소재가 삶을 바꾼다(Materials can change our lives).'

29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한 '나노테크 2020'에서 도레이가 내건 표어다. 합성섬유로 시작해 플라스틱, 정보통신재료 분야로 발을 넓혀 연매출 20조원이 넘는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도레이의 표어는 기초 소재 기술이 강한 일본 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지향점을 보여줬다.

나노기술 전문 전시회인 나노테크에 참가한 일본 기업들은 '세상을 바꿀 소재'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특히 기존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친환경적인 차세대 나노소재 기술 개발이 두드러졌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 기구인 NEDO는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공법을 선보였다. NEDO의 기술은 광촉매 모듈에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 수소만 걸러낸 뒤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플라스틱을 만드는 개념이다. 석유화학 원료를 쓰지 않는다. NEDO는 2030년 석유 원료를 대체해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Photo Image
NEDO 직원이 물에서 수소만 걸러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제2의 탄소섬유'로 주목 받는 나노셀룰로오스도 대거 등장했다. 마루수미페이퍼는 신문용지, 포장지, 인쇄용지 등을 만드는 제지 회사다. 이 업체는 그러나 전시회에서 종이 대신 나노셀룰로오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나노셀룰로오스는 식물의 구성 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나노 크기인 10억 분의 1로 잘게 쪼개놓은 물질이다. 이를 이용하면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탄소섬유를 잇는 차세대 소재로 불리는 이유다.

나노테크 2020에서는 나노셀룰로오스만을 위한 특별관이 마련돼 일본 내 산업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음을 엿보였다.

마쓰이 다카히로 나노테크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은 “나노셀룰로오스 참가기업이 지난해 10여개에서 올해는 30개로 늘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나노셀룰로오스를 전략 소재로 지목하고 육성책을 편 결과다.

Photo Image
마루수미페이퍼 관계자가 나노셀룰로오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강점인 핵심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복사기와 프린터로 유명한 리코도 프린팅이라는 전공을 살려 배터리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 리코 기술은 잉크젯으로 배터리 재료를 분사, 다양한 규격의 배터리를 만드는 개념이다. 리코는 또 고체기반의 색소증감 유기태양전지 모듈을 전시했다. 리코 태양전지는 햇빛 아래에서 뿐만 아니라 실내조명으로도 전기를 얻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센서를 동작시킬 수 있는 정도의 효율을 확보했다며 직접 전시장에서 시연했다.

생활용품 전문 기업으로 일본의 P&G로 불리는 카오(KAO)는 계면활성제를 만들며 쌓은 분산기술로 카본나노튜브 분야로 영토를 확장했고, NEC는 나노셀룰로오스를 활용해 스크래치에 강하면서 특유의 우아한 검은색을 구현한 바이오플라스틱과 차세대 슈퍼컴퓨터로 주목 받는 양자컴퓨터 등을 선보였다. NEC 양자컴퓨터는 2023년 상용화가 목표다.

마쓰이 다카히로 나노테크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가 새로운 6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일본 정부가 5년마다 만드는 과학기술정책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데 환경, 에너지, 양자컴퓨터, 6세대 이동통신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들 차세대 기술의 기초가 나노소재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산업 현장에서도 개발 및 사업화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Photo Image
NEC 직원이 현재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된 제품은 샘플로 2023년 최종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Photo Image
아사히카세이는 나노구리잉크를 이용해 투명한 전도성 필름을 개발했다. 회사는 이 필름을 활용하면 RFID를 투명하고 스티커처럼 쉽게 붙일 수 있다며 제품 포장 등에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일본)=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