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과 '유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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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식 코닝 고릴라 글라스 사장

최근 세계 각국에서 자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소재 전쟁'이 뜨겁다. 소재는 일찍부터 인간의 역사를 좌우했다. 인류가 겪은 석기, 청동기, 철기 등 여러 시대에서 생활 방식 및 사회 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시대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떤 소재가 주도하게 될까. 나날이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수천년 동안 인류와 함께한 소재 '유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변성이 뛰어난 유리는 소비자가전, 통신, 건축, 에너지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시장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특성이 유리를 특별한 소재로 만드는 것일까. 유리는 매우 간단하게 구성됐다. 주재료인 실리카(이산화규소)는 모래의 주성분이다. 지구에서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리는 규소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규소에 다양한 원소와 비율을 조합, 무수히 많은 유리 조성을 개발했다. 주기율표 상 모든 원소를 이용하면 무한대 조합이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수유리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유리는 우수한 화학 안정성을 자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속은 녹슬고 플라스틱은 부식되지만 유리는 수천년 동안 모습을 유지한다. 산소 분자가 1㎜ 두께의 플라스틱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2주라면 같은 두께의 유리 통과에 약 5조년이 걸린다. 중세시대에 건축된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투명성이 우수한 유리는 광학 및 무선 신호 전송에 효과가 있다. 빛을 전송할 때 일어나는 광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통신혁명 근간이 된 광섬유에 사용되는 유리는 깨끗한 물보다 30배 더 투명하다.

흔히 유리는 깨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수 공정으로 높은 강도와 손상 저항성을 띤 강화유리를 만들 수 있다. 강화유리는 스마트폰, 태블릿, 키오스크 등 우리가 매일 손을 대는 디스플레이에서 사람 간 소통과 상호작용을 돕는다.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유리 스크린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유리 렌즈로 사진을 찍고, 광섬유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처럼 유리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됐다. 또 다가올 디지털 시대에서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5세대(G) 이동통신 무선 네트워크에서도 유리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5G 근간인 광통신 기술이 머리카락보다 얇은 유리섬유인 광섬유로 구현된다. 사물인터넷(IoT) 도입과 함께 엄청난 대역폭을 필요로 하는 자율주행기술 및 각종 스마트기기 등장에 따라 5G 수요는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기술이 본격화되면 자동차는 단순 교통수단이 아닌 업무 효율 공간이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차량 내부 대시보드 및 콘솔은 기계식 버튼 대신 우수한 미감과 터치에 민감한 커버글라스로 장식될 것이다.

유리는 앞으로 IoT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스마트홈 허브의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날씨, 메신저, 업무 등에 활용돼 한층 간편한 일상을 제공할 것이다. 물리세계와 가상세계 간 경계를 없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소재 또한 유리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유리 시대'가 바로 앞에 있다. 첨단 유리 기술이 가져올 더욱 편리하고 풍요로운 시대를 기대한다.

김점식 코닝고릴라글라스코리아 사장 corningkorea@cor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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