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컨설팅사 AT커니와 인디애나대 비즈니스 스쿨이 S&P500 지수에 편입한 비금융사의 1988~2007년 실적을 연구한 적이 있다. 연구진은 최고경영자(CEO)를 내부 발탁한 기업과 외부에서 영입한 기업을 비교했다. 그 결과 내부 발탁을 택한 기업은 실적 등 각종 지표에서 그렇지 않은 기업을 앞질렀다.
핵심은 문화다. 좋은 기업엔 좋은 조직문화가 있다. 세간 주목을 받는 자리는 CEO지만, 그 뒤에는 우수한 조직이 있다. 좋은 조직문화를 망가뜨리지 않고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관건이다.
내부 출신 인재가 CEO까지 올라가는 선순환이 그 일환이다. 조직은 장기 관점에서 우수 인재를 양성한다. 유리천장은 사라진다. 누구나 '샐러리맨 신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조직에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실적이 향상되고 조직은 발전한다.
국내에도 내부 발탁 CEO가 조직을 성공으로 이끈 사례가 적잖다. 지난해 말 용퇴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있다. 조 부회장은 고졸 출신으로 CEO까지 올랐다. 자타공인 '가전 장인'이었다. LG전자 사상 첫 60조 매출을 이끌었다.
IBK기업은행은 10년간 3명의 내부 발탁 행장을 배출했다. 국책은행답지 않은 선례다. 기업은행 나름의 전통이자 자부심이었다. 지난 10년간 기업은행은 호실적을 이어왔다. 내부 출신 사령탑 성적은 이전 관료 출신 행장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AT커니·인디애나대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
물론, 외부 영입이 절대악은 아니다. 기업이 외부 출신 CEO를 영입한 사례는 흔하다. 조직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적체된 체질을 개선할 수도 있다. 외부 영입, 내부 발탁 모두 명암이 있다.
신임 기업은행장 인선을 두고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실력, 실적으로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전통은 계승하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