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스팸 빅데이터를 개방, 금융사기·도박 등 관련 범죄를 근절한다.
방통위는 스팸으로 시작되는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불법도박 등 각종 범죄 증가에 대응해 '스팸 빅데이터 개방 사업'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방통위는 개별 신고 처리·조사에만 활용된 스팸 빅데이터를 관계기관에 개방한다. 기관이 범죄에 신속 대응하고 스팸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줄이도록 지원한다. 스팸 데이터에는 URL 등 관련 범죄에 대한 핵심정보가 포함돼 있다.
스팸 데이터 개방 사업은 지난해 10월 불법 경마 사이트 단속차단을 위해 한국마사회에 스팸 데이터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다양한 규제기관과 협력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KB국민·NH농협 등 15개 은행과 후후앤컴퍼니는 대출사기·불법대출 스팸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ISA '휴대전화 스팸 실시간 차단시스템'에 은행이 사용하는 18만여개 공식번호를 등록해 다른 번호의 은행 대출 스팸문자가 신고되면 은행 사칭 사기 문자로 차단한다. 저금리·대환 대출 등을 유도해 금전갈취, 개인정보 유출을 시도하는 스미싱 피해 예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스팸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규제기관과 협력관계를 확대한다. 솔루션 개발 기업·대학에도 스팸 통계 분석, 기술적 차단 대책 연구 등에 활용하도록 제공한다. 방통위와 KISA는 스팸 데이터 개방 시스템을 구축, 일부 수동으로 이뤄지던 데이터 공유 프로세스를 자동화한다.
아이폰 등 스팸 간편신고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외산폰 이용자도 스팸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스팸 간편신고 앱'을 연내 개발한다. 불법 스팸 데이터를 확보하고 스팸 차단율을 높인다.
방통위의 이같은 행보는 문자나 음성스팸을 통한 도박 알선, 대출 사기, 주식투자 사기 등 사회적 문제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방통위에 따르면 범죄로 연결되는 문자·음성스팸 중 악성스팸 신고건수는 2016년 712만건에서 지난해 1564만건으로 최근 3년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신고된 휴대전화 문자 스팸 1702만건 중 도박, 불법대출, 주식 관련 문자 스팸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스팸 발송은 변칙표기 등으로 점차 지능화돼 기존 차단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수신자 스팸 차단 필터링을 우회하기 위해 세로 작성, 문자열 대신 기호를 사용하는 등 변형된 표기방법을 이용한다. 강화된 스팸 차단 기술과 모델을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성호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스팸 빅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 스팸으로 시작되는 대출사기·불법도박 등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