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완화에도 신용카드사의 레버리지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신사업과 중금리대출 자산을 레버리지비율 산정에서 제외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일부 카드사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면서 단기적 처방에 나섰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근본적인 비율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레버리지비율은 기업의 타인자본 의존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부채성비율로 불린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의 작년 9월 기준 평균 레버리지는 전분기(5.01배)보다 소폭 상승한 5.05배로 집계됐다. 자본금에 여유가 있는 삼성카드를 제외하면 5.35배까지 오른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카드사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공급액 등 전체 자산이 자본의 6배를 넘지 못하도록 레버리지비율 규제를 받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가계 대출이나 할부 등을 과도하게 늘리지 못하도록 제한을 둔 것이다. 다만 카드사를 제외한 캐피털 등 여신금융전문회사들은 10배가 적용된다.
실제 전업 7개 카드사의 레버리지비율을 보면 대부분이 5배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9월 기준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가 5.86배, 5.74배로 규제비율인 6배에 근접했다. 이어 롯데카드(5.24배), 신한카드(5.22배), 현대카드(5.10배), 하나카드(4.95배) 등으로 5배 안팎이다. 삼성카드만 유일하게 3.22배로 가장 낮았다.
레버리지비율이 이처럼 지속 상승하는 것은 산업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진 이유가 크다. 작년 3분기 개인카드 승인금액 및 승인건수는 각각 178조7000억원, 53억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2%, 8.3%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거래를 비롯해 간편결제가 늘면서 카드거래 규모가 상승하고 있다. 작년 7~8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조4309억원으로 전년 동월(18조9643억원) 대비 18.3% 증가했다.
반면에 당기순이익은 지속 낮아지고 있다. 작년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 순이익(IFRS 기준)은 9405억원으로 2017년 상반기(1조4191억원), 2018년 상반기(9668억원) 대비 내리막을 걷고 있다.
게다가 수익성 하락을 상쇄하고자 신사업을 통한 수익다변화에 나섰지만, 대부분 신사업은 수익 실현을 통한 자본증가가 자산증가에 후행하는 등 시차가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결제액이 매년 늘고, 오토론 등 다른 사업을 확대하면서 자산은 늘고 있지만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순이익이 줄면서 레버리지비율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작년 4월 빅데이터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대출 자산은 레버리지비율 산정 시 총자산 부분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기존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워낙 적다 보니 규제완화 실효성이 떨어지고 중금리대출 취급을 늘리는 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일부 카드사는 단기적 처방으로 영구채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 현대카드에 이어 롯데카드가 작년 2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롯데카드는 영구채 발행으로 레버리지비율이 5.24배까지 낮아졌다.
다만 업계는 이와 같은 영구채 발행이 유동성 및 자산건전성을 악화할 것이라면서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여력을 늘려도 결국 갚아야 할 빚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면서 “수익성이 낮아진 상황에 이자비용이 커지면 재무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레버리지비율은 금융당국이 카드사를 도태로 만든 규제로 카드사들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근본적인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