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삼성, 올해 낸드플래시 투자 집중 배경은 '초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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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9년 3분기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

삼성전자가 올해 D램보다 낸드플래시에 투자 무게를 두는 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황 개선에 따른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초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2공장에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6만5000장(65K) 규모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해 반도체 장비를 입고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가동이 예정된 시안2공장에서는 5세대 96단, 6세대 128단 등 첨단 낸드플래시가 양산될 예정이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다. 시안1공장에서는 현재 12만장(120K) 규모로 낸드가 양산되고 있는데 시안2공장 6만5000장이 추가되면 시안 공장 전체 생산 능력은 18만5000장으로 약 1.5배 늘어나게 된다. 이는 상당한 규모 투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생산 능력이 1.5배가 늘어나는 것인데, 이는 작은 숫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12만장 규모인 시안 공장 생산능력은 2021년까지 25만장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라며 “의미 있는 규모의 투자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D램보다 낸드 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가파른 낸드 시장 회복세 △경쟁사와의 '초격차' 전략 유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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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낸드 범용 제품 고정거래가격 평균가 추이. <자료=디램익스체인지>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D램 시장보다 가격 호조세를 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범용 칩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줄곧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하향 곡선인 D램 범용 제품과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메모리 불황이 찾아오자 낸드플래시 고유의 가격탄력성을 인식한 고객사들이 부품을 입도선매했다. 또 다양한 기기에서 대용량 저장장치로 활용되면서 가격 상승 속도가 D램에 비해 빨라졌다.

여기에 '재고 정상화'에 진입한 삼성이 올해 늘어날 5G 스마트폰과 관련 기기, 지난해 메말랐던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비해 설비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또 달라진 시장 경쟁 구도 변화가 삼성이 낸드플래시 투자에 더 무게를 두게끔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낸드플래시 업계는 혼조세다. 전통 강자는 주춤하고 신흥 주자가 부상 중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인텔은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0.9%를 점유, SK하이닉스(9.6%)보다 앞선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시바메모리에서 이름을 바꾼 키옥시아는 작년 6월 요카이치 공장 정전 사태로 낸드 양산에 차질을 빚었다.

중국의 추격은 가시화되고 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신흥 업체들이 중국 내수 낸드 시장을 공략하며 양산 임박 단계에 다다랐다. 중국 낸드플래시 기술은 D램보다 기술 개발이 빨라 머지않아 한국 반도체에도 위협이 될 것이란 평가다.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중위권 기업이 주춤하고 신흥주자 가세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낸드플래시에 투자,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힘든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부품업계 대표는 “중국 업체가 현지 낸드플래시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 삼성전자가 선도 투자로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낸드플래시 투자는 시장 및 업계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등에는 삼성 행보가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 강화가 숙제다. 하지만 최신 낸드플래시 팹인 청주 M15 라인 수율 증가가 더뎌 추가 투자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M15 내 공정 문제로 투자가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SK하이닉스는 지속적인 낸드사업부 적자로 투자 여력을 쉽게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 최초로 플래시 메모리를 출시했던 키옥시아 역시 고전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키옥시아는 현지 대규모 낸드 공장 정전 사태로 복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이외에는 낸드플래시 사업 영위가 쉽지 않다”이라며 “앞으로 삼성과 2위 이하 업체 간 사업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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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 업체별 매출과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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