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디는 '프렌드+대디'의 합성어로, 가부장 사고 방식에서 탈피해 '친구같이 친근한 아버지'를 일컫는 말이다. 전통의 아버지는 근엄하고 무뚝뚝하며, 주로 신문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일반 형태였다. 그러나 요즘은 아들과의 캠핑을 계획하고, 육아일기를 쓰며, 아빠놀이 백과사전을 읽는다. 승진에 도움이 안 되더라도 적게 일하고 양육에 더 집중하고 싶어하는 2030 남성 직장인이 늘고 있으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지 못해 이직과 사직을 고민하는 아빠 직장인도 과반수다. 가정에서 프렌디가 늘고 있는 만큼 직장에서도 상사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리더는 채용을 좌지우지하며 시혜를 베푸는 존재도 아니고, 인사고과를 평가하는 두려운 존재도 아니다. 상사이지만 언제든 이의를 제기하거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여긴다. 상사보다도 점점 실무선 권한이 커지면서 현장 전문가들을 지원하고 조율하는 책무를 맡은 사람으로 리더를 대한다. 상사는 자기 중심 성향의 실무자들을 팀으로 묶고 협력하도록 조정하는 책무를 맡은 사람일 뿐이다. 별로 부럽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다. 그저 입사 연차가 나보다 오래됐고, 맡은 책무가 달라 조건부로 권위를 넘긴 존재일 뿐이다. 그만큼 상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복종심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상사는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할 수 있을 뿐이고, 직함은 있지만 권한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요즘 아빠들이 아버지 권위가 상실됐다고 노여워하지 않고 프렌디로서 그 역할을 즐기듯이 이 현실을 직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실무자들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원한다. 신입인데도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 만큼은 팀장처럼 일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일에 관한 한 스스로 전결하기를 원하고, 직함과 상관없이 담당자에게 허락을 구하기를 원한다. 자신의 일에 통제력을 갖고 싶어 하고, 자신만의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원한다. 투자 대비 가치가 떨어진다면 관행이었어도 과감히 생략하고, 예의범절 범주도 낮게 잡는다. 비생산성의 관행은 뒤집어엎고 진정성 없는 의전은 가볍게 없앤다. 이와 함께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서 자신의 커리어에 보탬이 되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하길 원한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 그 일을 잘하고 싶어 한다. 노동한 시간만큼 급여로 보상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성취를 즐기면서 이룩한 성과만큼 인정받기를 원한다. 조직에 묻혀서 묻어 가는 것보다 자신의 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걸기를 원한다. 관리감독에 시간을 쓰는 것을 쓸데없는 일로 여기고, 감시 당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 한다.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는 직장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다.
돈과 사람과 아이디어는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 소중히 다뤄지는 곳에 머무른다. 젊은 세대의 정보력과 창의력이 모이게 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반복되는 일을 최소화하고 형식뿐인 일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더 효율 높게 일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업무 프로세스를 후배들에게 자문하고 조언을 들어야 한다. “언제든 내 방문은 열려 있으니 건의할 게 있으면 찾아와라” “의견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 보라”라는 말은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후배의 책상으로 찾아가 “일하면서 가장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무언가?” “좀 더 효과 높게 일하기 위해 나에게 조언을 좀 해 주게, 이번 사안에 대해서 자네가 나라면 어떤 일들을 개선하겠나?”라고 조언을 부탁해야 한다. 멘토링은 상사가 부하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가 상사에게도 할 수 있다. 이른바 '리버스 멘토링'이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를 경영진이 청취하기 위해 '그림자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모터스(GM)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리버스 멘토링을 시행하고 있다. 리버스 멘토링이란 멘토링을 뒤바꾸어서 한다는 뜻이다.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감각, 젊은 고객의 욕구, 업무 개선 방안 등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기성 세대에게 습관처럼 당연하고 호흡처럼 익숙한 일이 젊은 세대들이 보기엔 불필요하게 보일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새롭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낯설게 볼 수 없다면 낯설게 보는 시선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 새롭게 보는 것이 어렵다면 새로운 시각에 귀를 기울이고 조언을 구해야 한다. 이것은 일석이조다. 상사에겐 배우는 기회이고, 구성원에게는 기여하는 기회다. 상사에게 '보고'가 아니라 '조언'하면 더 많은 권한을 경험하고, 소속감이 더 높아진다.
나이 들면 이끎과 이끌림 둘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끌기만 하는 사람은 한계에 부닥치고, 이끌리기만 하는 사람은 제약을 넘지 못한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누구에게든 배울 수 있고 어디서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통찰력은 내가 알고 있던 것을 더 깊이 알 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고 있던 다른 영역과 내 영역의 충돌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부심 못지않게 자발심이 필요하다. 자부심을 비워야 자발심으로 배울 수 있다. 자진해서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르지만 배우겠다는 자발심이 필요하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나는 사람이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내가 아는 사실은 단 한 가지, 배우려는 사람만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배우려드는 어른 세대에게서 진정 배울 것이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이사 topt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