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XYZ 코칭]<23>미닝아웃하는 인재

'미닝아웃'이라는 신조어는 '의미, 신념'을 뜻하는 '미닝'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이 결합된 단어다. 자신의 삶에서 지향하는 가치나 정치 신념을 숨기지 않고 적극 표출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사회생활에서 정치나 종교, 가치관과 같이 민감한 사안은 서로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관된 소비를 하고, 자신의 신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일상에서도 당당히 표출한다. 사회 가치와 위배되는 유명인사나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SNS 상에서 '언팔'하고 해당 유명인에게 '손절'할 것을 공식석상에서 요구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매도하는 '손절매'라는 용어가 관계에서도 사용된다.

자신의 소신을 거리낌없이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소피커'(소신+스피커)라 부른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피켓과 대자보가 유일한 수단이었다면 요즘은 소신을 표현할 방법도 많아졌다. 거리로 나서서 저항하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온라인상에서 추구하는 바를 다양하게 표현한다. 가치가 있는 일에 신념을 드러내고 실익이 없는 일일지라도 밤을 새워 헌신한다. 자신의 소신과 맞다면 구입하기 불편해도 찾아가고, 사용하기 어려워도 참아낸다. 바로 소신 구매다. 미 투 운동, 위드 유 캠페인, 일본기업 불매운동 등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널리 알리고 앞장서서 참여한다. 남들이 어떤 평가를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실익보다 가치다. 효용 못지 않게 의미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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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도 더 이상 경제 이유 때문에 자신의 영혼을 팔지 않는다. 삶의 수단을 얻기 위해 허덕인 세대를 지나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세대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일을 한다. 졸업했으니까 당연하게 직장 다니고, 결혼해서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던 예전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을 감수할 수도 있는 세대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어렵게 들어갔어도 의미가 없다고 여기면 몰입하지 못한다. 급여가 많고 복지가 좋아도 자신의 가치관과 방향이 다르면 과감히 손을 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손절매를 한다. 여지껏 투자한 노력보다 앞으로 들일 에너지를 생각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일에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것이 지혜라고 여기는 세대다. 버티고 견디고 참지 않는다. 이제 직장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물질 안정과 경제력 성취로 유혹하기보다 삶의 질을 보장하는 자기 표현의 장으로서 매혹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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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 이유가 금전 보상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번 돈으로 재미와 열정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하는 일자리는 이제 길을 잃었다. 일 안에서 의미와 가치가 동봉돼야 한다 통장으로 입금되는 급여 말고 마음에게 보상하는 영혼의 급여가 필요하다. 연봉과 복리후생만 내걸면 안 되고, '보람, 자부심, 가치, 의미, 충만감, 공헌감, 성장감'을 약속해야 한다. 요즘 세대는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 장미와 촛불이 필요한 세대다. 개인 레벨 성공과 성취를 넘어 사회 기여와 공헌감에 관심이 있다. '매출과 수익, 성과급과 승진'을 설파하며 경쟁심을 부추겨 봐야 솔깃해 하지 않는다. '사회 가치, 세계에 공헌, 고객 마음 점유, 고객에게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하며 경쟁력을 만들자고 해야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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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드트로닉은 직원들에게 자신이 만든 의료기기로 인해 인생이 바뀐 환자들의 강연을 듣는 기회를 제공했다. 구성원들은 생명을 살리는 기계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어 업무 생산성이 더 높아졌다. 또 구조대원들에게 구조요령과 구조수칙을 교육하는 것 대신에 과거 대원들이 인명구조했던 사례를 알려주고 구조된 사람들의 감사편지를 읽었더니 오히려 더 오랫동안 더 책임감 있게 일하더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에 근무하는 의사들에게는 일주일 중 하루를 자신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쓰도록 허용했다. 어떤 의사는 가족과 보냈고 어떤 의사는 자신의 연구를 수행하거나 교육을 받았다. 어떤 의사는 환자를 돌보았고 어떤 의사는 환경운동에 참여했다. 3개월 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보다 참여한 의사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그 이전보다 건강상태가 양호해졌고 탈진(Burn out)이 50%까지 감소했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 대니얼 핑크는 미래 인재 조건을 여섯 가지로 꼽았다.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이다. 마지막이 '의미'다. 무엇으로 살 것인가보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고심하는 사람이다. 생계를 연명하는 '생존'이 아니라 삶의 목적을 실현하는 '생활'을 할 때다. 자신을 넘어 가족에게 헌신한 기성세대가 있었다면 가족을 넘어 나라와 세계를 위해 행동하는 젊은 세대가 있다. 미닝아웃하는 젊은층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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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 윌토피아 대표이사 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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