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등 국내 화학업계가 납사크래커(NCC)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스프레드(매도·매수 가격 차) 축소가 단기에 해소되긴 어려울 전망이어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2020년 1월 NCC 가동률을 95%까지 내리기로 내부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365일, 24시간 내내 공장을 운영, 100% 가동률을 나타낸 것과 대비된다.
LG화학 관계자는 “(가동률 인하를) 종합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예정돼 있던 설비 보수를 1월에 6~7일 진행한 이후 완전 가동에 들어갔을 때 평균치가 95%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2월에도 감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 업체 가운데 감산 카드를 만지작하는 곳은 더 있다. 대한유화도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시장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 관련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동률을 낮출지 검토한 바 없다”면서 “다만 화학 시황 등을 보면서 조정할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다운스트림 기업이 감산에 나섰거나 나설 가장 큰 이유는 스프레드 축소다. 나프타(납사)를 분해하고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을 판매할 때 스프레드가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 톤당 100달러를 넘겼던 NCC 마진은 현재 제로(0) 수준이다. 범용수지인 폴리에틸렌(PE)와 폴리프로필렌(PP) 스프레드도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품 마진이 큰 폭 떨어지면서 다수 NCC 기업이 적자를 내고 있을 것”이라며 “범용 화학제품 판매마저 줄어들면서 NCC로는 원가 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프레드가 줄어든 근본 원인은 공급 확대다.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화학 수요는 줄어든 반면 NCC와 경쟁 설비인 에탄크래커(ECC) 증설은 늘고 있다. 중국 시노펙에 따르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오는 2025년 에틸렌 자급률이 8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51%보다 30%포인트(P)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 감소가 우려되는 이유다.
석유화학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이 완전히 해소된다 해도 신규 공급량이 수요를 월등히 앞설 것”이라며 “마진이 단기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구조적인 업황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