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바이두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만든다.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고객사를 추가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바이두(Baidu) 14나노 공정 기반 AI칩 '쿤룬(KUNLUN)'을 새해 초 양산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바이두가 설계한 AI 반도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내용으로 바이두 자체 아키텍처 'XPU'와 삼성전자 14나노 공정, 'I-큐브(Interposer-Cube)' 패키징 기술이 접목됐다.
쿤룬 칩은 512GBps 대역폭과 260TOPS(150W) 성능을 지원한다. 260TOPS(Tera Operations Per Second)는 초당 260조회를 연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컴퓨팅(HPC)에 최적화된 파운드리 솔루션을 적용해 기존 대비 전력(Power Integrity)과 전기 신호(Signal Integrity) 품질을 50% 이상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칩에 신호가 전달될 때 발생하는 노이즈 개선으로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회로가 보다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삼성은 또 시스템온칩(SoC)과 고대역폭메모리(HBM)칩을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집적하는 'I-큐브' 패키징 기술을 쿤룬 칩에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각각의 칩을 단일 패키지 안에 배치, 신호 전송 속도는 높이면서 패키지 면적은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삼성전자와 바이두가 파운드리에서 협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두는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AI 전략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바이두 AI 반도체 개발을 총괄하는 오양지엔 수석 아키텍트는 “쿤룬은 높은 성능과 신뢰성을 목표로 하는 도전적 프로젝트였는데, 삼성 파운드리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쿤룬의 성공으로 HPC 업계를 선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두는 쿤룬을 자체 데이터센터나 엣지 컴퓨팅에 적용해 클라우드, 인터넷 서비스 등을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바이두를 고객사로 확보해 사업 확장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특히 그동안 모바일 중심이었던 파운드리 사업을 HPC 분야로 확대하는데 적잖은 발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은 바이두에 앞서 IBM 서버용 CPU를 수주한 바 있고 엔비디아 GPU 생산도 맡는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상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모바일 제품을 시작으로 이번에 HPC까지 파운드리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에코시스템을 통한 설계 지원과 5나노·4나노 미세공정,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종합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