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저작권법 개선 토론회]산업계 “AI 연구·활용 위한 저작권 신호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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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연구·활용을 위한 저작권법 '신호등'이 간절하다.”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AI산업발전을 위한 저작권 법령 개선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 저작권법상 불확실성 때문에 AI 기술과 산업에 적극 대응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기업은 정부가 AI 재료가 되는 빅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법·제도를 하루빨리 재정비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이 위험·기회 요인을 인지할 수 있는 '신호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는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몇 년 전부터 AI 저작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앞서가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도 빅데이터 이용해 AI 개발이 필수지만 아직 '신호등'이 없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을 따라갈 수조차 없다.

현행법상 저작권자가 소송을 걸면 기업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을 감내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AI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없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격차는 매일 벌어지고 있다. AI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아래는 토론회 내용.

[참석자(가나다순)]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김도형 인에이블파인드 대표

△김성호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

△김시형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진흥관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

△이승호 네이버 변호사

△장윤희 카카오 변호사

※사회=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회(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AI 발전을 위해 저작권법은 어떻게 개정돼야 하는가.

◇강태욱(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최근 중국 샤오미 계열사 출장을 다녀왔다. 처음에 들어가려면 예약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아니라 챗봇이 전부 했다. 기업에 들어갈 때는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했다. 안면인식 기술은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중국은 이런 기술을 활발하게 활용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AI 기술 활성화 위해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은 있었다. 바둑진흥법,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AI에 관한 권리를 어떻게 귀속시키고 정할지가 중요하다. 데이터 3법과 저작권법이 이런 부분에서 중요하다. AI기술 특징은 영화 '그녀'에서도 알 수 있듯이 AI를 통해서 일정 수준 전문가가 나올 수 있고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보통 한 분야 전문가가 되려면 10~20년이 필요하다. AI 수준에 오르면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록 막대한 영향력을 갖는다.

AI, 특히 강화학습을 위해서는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모으려면 명확한 법 규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작권법 위반이 일어나면 형사처벌이 이뤄진다.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으면 AI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데이터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명확해져야 한다.

◇김성호(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모두 받았다. 기본적으로 유럽 영향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공정이용' 조항을 두고 있다.

유럽은 저작권법의 예외조항을 두었다. 대체로 비상업적 비영리적, 학술적 목적에 한해 타인의 저작물을 AI에 저작권자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저작물 사상을 전달하지 않는다면 해당 저작물에 있는 데이터를 저작권자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이 더 넓은 개념이다.

이때 저작물 데이터를 복제까지만 허용할지, 복제 전송하는 것까지 허용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전송까지 허용한다면 대학 도서관이 다른 기관과 협업해 보다 나은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학습을 위해 준비한 데이터를 AI 분석이 끝난 이후 폐기할 것인지 일정기간 저장하도록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프랑스는 복제만 허용, 그뒤에는 폐기하도록 한다. 독일은 일정한 요건 하에서 저장을 해서 다른 분석에 활용할 수 잇도록 길을 열어둔다.

미국은 오랜 판례를 통해 공정이용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처럼 개념화되지 않았다. 때문에 법령 개념만으로는 데이터를 AI에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다.

◇사회=실제 기업은 AI 서비스 개발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이승호(네이버 변호사)=우선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다보면 다양한 저작물이 섞여있을 수 있다. 저작물만 선별해서 학습데이터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것을 구현해 내는데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렇다고 기업이 형사책임 부담을 지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는 없다.

기업 측면에서는 너무 많은 데이터에 대해 저작물 침해 가능성과 형사책임의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전향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저작물을 침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의 길을 열어줘야 된다.

AI 창작물에 대한 법적 보호 문제도 있다. AI 창작물도 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AI개발자가 전혀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다면 개발 의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AI를 둘러싼 저작권에서 이용자에게만 권리를 부여한다기 보다는 개발자 등에게 같이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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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희(카카오 변호사)=AI는 학습 데이터 양이 수준을 좌우한다. 한 기업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면 이용자들이 모이고 또 이에 따른 추가적인 데이터까지 집중된다. 후발업체가 선발업체를 따라잡기가 힘든 구조다. 현재 우리의 현황은 AI 데이터 수집에 가혹한 측면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직도 데이터 공정이용 인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AI는 데이터 질이 중요한 만큼 공유를 통한 개선이 중요하다. 현재로는 저작권법 상에서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단순한 이용 뿐 아니라 수정 및 공유까지 넓히면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하는 것 뿐 아니라 AI 산업 발전을 위해서 공유, 수정에 대해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 데이터 사용 목적 대상 기간 등에 제한을 두는 것도 좋으니 이용 자유도를 줬으면 한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주면 분쟁 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저작권에 대한 '신호등'이 생긴다면 기술 발전이 급격하게 일어날 것이다.

◇김도형(인에이블파인드 대표)=최근 아마존은 알렉사 가드라는 새로운 AI 스피커를 내놓았다. 집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지하고 외부에 알려준다. 침입자가 유리창을 깬다든지. 이런 소리를 AI 스피커가 인식해 보안회사에 연락한다. 유리창과 달리 유리잔이 깨지면 반응하지 않는다. AI 스피커는 이처럼 많이 발전했다.

AI는 서비스 특성상, 데이터를 많이 모아야 하고 품질도 좋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AI 성능을 좌우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프로가 만든 데이터가 품질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런 데이터는 모두 저작권이 있다. 음악 빅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서비스도 따지고 보면, 기존에 좋았던 음악의 일부분을 참고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무단으로 저작권자 콘텐츠나 데이터를 사용하면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외부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현실을 반영해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이렇게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데 AI 기능은 필수적이다. 법적으로 허용영역을 잘 정해야 한다고 본다.

◇윤성천(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4차 산업혁명 핵심은 AI다. 시대변화에 따라 저작권법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증강현실 등 디지털기기를 이용한 저작물의 부수적 이용에 대한 면책과 법적허락 개선 등 일부는 법이 개정됐다.

최근 AI와 관련된 저작권법 개정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것에 저작권을 두고 있다. 인간이 아닌 AI의 창작물은 인정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데이터 이용 형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것이다. AI를 인간의 창작도구로만 이용했다면 현행법상 저작물에 해당한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 스스로 판단해 창작한 저작물은 저작물 인정이 어렵다. 다만, AI 창작물에 대한 특별보호가 불가한 경우 대안으로 업무상 저작물 범위에 AI 창작물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자금력을 보유한 대기업은 사후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AI 서비스를 완성한 후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 대응에 어려움을 느낀다. 공정이용 법리에 따라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다수지만 혹시라도 저작권 침해 판정을 받을 수 있어 쉽게 나서지 못한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결할 수 있는 저작권 제한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

AI 창작물에 대해서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 포함 △등록·보호기간 등을 별도 규정 △등록, 보호기간 특칙을 두며 저작권 보호의 3가지 방안이 있다. 산업 육성을 위한 저작권 제한으론 데이터 분석을 위한 자동화된 분석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일부 면책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처럼 일정기간 국가의 허락을 받고 이용하거나 사적복제보상금 대상에 인공지능 개발사업자를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작권법은 2006년 전면개정 이후 14차례에 걸친 일부 개정으로 산만해진 상태다.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다. 새로운 저작권 환경에 따라 기존 체계를 정비하고, 저작권위탁관리업의 투명화·효율화를 위한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저작권법 개정 연구반'을 구성해 6개월 동안 운영할 예정이다. 내년 3월경에 개정안을 도출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수렴 후 6월에 발의할 계획이다.

◇김시형(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진흥관)=세계적으로 무역이 감소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산업 혁신과 사회변화 미래 측면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AI로 경제·사회 전반을 혁신하고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국가별로 4차 산업혁명 결정체인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어떤 개념 AI를 만들 것인지가 고민의 가장 큰 축이다.

AI 입력데이터 허용과 출력데이터 활용에 대한 문제도 중요한 논의다. 국가 전체 지식재산을 다루는 AI는 다른 산업 재산권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저작권과 창작성 개념과 더불어 최근에는 AI 창작물의 권리와 특허 인정 여부에도 다양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기술 발달 속도를 고려할 때 AI에 대한 저작자 인정 여부도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별도의 법령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출범과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 선언과 공공SW사업 혁신방안·SW 산업법 전부 개정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재 양성 및 R&D, 핵심 인프라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AI 저작권 관련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슈를 발굴해 논의하고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을 통해 지식재산 관련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위원회 역할이다. 만약 '짝퉁 AI'가 시장에 등장했을 때, 이들이 생산한 창작물에 대한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AI 국가전력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함께 주요 정책방안을 발굴·논의 중이다. 세부 실행계획을 담은 'AI 국가전략'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사회=AI 개발을 위해서는 저작권 문제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 문제도 있다. 또 AI 결과물에 대해서 저작권자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철학적, 존재론적인 문제도 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철학적, 글로벌 이슈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이슈다. 오늘 논의가 AI산업 발전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정리=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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