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으로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고 일본 수출규제 공세가 거셌지만 올해 외국인 투자 유치가 5년 연속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치뿐 아니라 램리서치가 국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독일 유미코아가 국내에 이차전지 양극소재를 생산하는 등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투자유치가 이뤄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인 투자유치 유관기관과 함께 KOTRA에서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점검회의를 열고 지난 2일 기준 외국인 투자유치가 203억달러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회의는 올해 외국인투자 유치실적을 점검하고, 내년도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외국인 투자유치가 200억달러가 넘은 것은 지난 2015년 209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5년째다. 지난해에는 269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까지 외국인 투자유치는 작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다 하반기 들어 회복세로 전환됐다. 특히 4분기에 대형 투자 프로젝트가 집중 신고됐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브렉시트,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국제 분업체계 악화 등으로 글로벌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달한 수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조3000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신산업, K푸드와 K뷰티 등 고급소비재 분야 투자가 활발해 우리 산업 고도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진 것도 긍정적이다.
주요 투자 사례를 보면 미국 램리서치가 1억4000만달러를 들여 국내에 반도체장비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하기로 했고 독일 유미코아는 2000만달러를 투자해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거점을 구축하기로 했다. 일본 V사는 1000만달러를 들여 전량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용 씰 제품 생산법인을 국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바이오 분야에선 미국 H사가 1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간암, 대장암 등 주요 암종을 치료하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중국 S사는 초음파진단기기 등 의료용 첨단기계 제조를 위한 투자에 나선다. 홍콩 V사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독자적 운영체제 개발을 위한 30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정대진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이 원팀을 이뤄 외국인투자가 5년 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연말까지 추가 투자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외국인투자 유관기관에 당부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 제조업 르네상스 등 우리 경제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의 프로젝트 유치에 더욱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외국인직접투자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함께 노력하는 한편 특히, 소재·부품·장비 등 산업고도화에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현금지원과 신속 인·허가 등을 바탕으로 투자유치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연도별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단위 억달러)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