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에서 무거운 구리 집전체를 대신할 일체형 전극을 개발, '접히는 대용량 배터리'의 실현 가능성을 열었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박수진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 교수, 화학과 박사후연구원 류재건 씨, 첨단재료과학부 통합과정 강지은 씨 팀이 재료연구소(KIMS)와 공동연구를 통해 3차원 구조의 유기 박막 전극으로 플렉서블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또 3차원 탄소 전극을 활용해 기존 구리 집전체와 비교해 배터리 무게를 10배 이상 낮추고, 흑연 대신 유기 소재를 사용, 단위 무게당 배터리 용량을 4배 이상 늘리는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ACS 나노(ACS Nano)' 최신호에 게재됐다.
유기 소재는 전기 전도도가 낮고, 집전체와 유기 소재를 일체화하는 방법이 없어 지금까지 유기물질을 사용하는 일체형 전극 구현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배터리를 무겁게 하는 요소인 집전체를 대신하고, 낮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는 흑연 음극을 대체해 전지 무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단일벽 탄소 나노큐브를 이용해 전기 전도도가 높은 3차원 구조체를 만들었다. 여기에 수 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두께 이미드-기반 네트워크 유기 소재를 코팅, 얇은 일체형 배터리 전극을 개발했다.
두께가 8㎚로 얇고, 유기층이 코팅된 3차원 일체형 전극은 최대 1550 mAh/g의 가역 용량을 제공하며, 800회 이상 충전이 가능했다. 해당 전극은 유기 소재가 코팅되었음에도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가질뿐 아니라, 다량의 기공들을 통한 리튬 이온을 빠른 확산을 도와 이차 전지의 성능을 크게 높였다. 또 유기소재의 코팅 두께도 손쉽게 조절할 수 있어, 유기 전극의 전류 밀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금속 기반의 집전체를 대신해 가볍고 유연한 이차 전지를 개발할 수 있어 차세대 웨어러블 전자기기, 플렉서블 디바이스, 통신장비 및 전기차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일체형 탄소 나노튜브-유기 소재 전극을 활용하면 이차 전지 무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서 “기존 2차원 기반 소자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유기 배터리 유연화와 경량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