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낮잠 자고 있던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가 가시화되자 시민단체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기업이 국민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활용해 사익을 취할 것이라는 이유다.
건강·재산 등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된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활용은 안 된다는 시민단체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기업이 법과 제도를 악용할 것이라는 단순한 억측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개인정보 활용 및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법을 명확히 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위해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법·제도를 악용해 가명정보로 특정 개인 식별을 막기 위한 형사처벌 조항 등을 법에 명시했다.
추가 정보 사용 없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가명정보를 도입하고, 특정 개인 확인(재식별) 시 가명정보 처리를 중단하고 삭제하도록 의무화했다. 고의로 재식별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과 징벌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시민단체 우려만큼 개정안이 허술하지 않다.
기업 인식도 개선됐다. 최근 전자신문·한국데이터산업협회가 126개사 대상으로 공동 조사를 한 결과 데이터 기업 5곳 가운데 4곳은 고의로 개인정보를 유출할 경우 기업 경영에 타격을 받을 수준의 과징금 처벌을 받겠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미 개인정보의 중요성과 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법 개정이 헌법에 명시된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한다는 시민단체 주장 또한 논리 비약이 심하다. 지난해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직후 정부는 내년 2차 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주체의 자기결정권 강화 계획을 이미 밝혔다. 정부는 이미 '마이데이터'를 도입, 개인정보 주체가 본인 정보를 판매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미국·유럽연합(EU) 등에서는 특정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각종 연구개발(R&D) 등에 활용하도록 법체계를 적용한다. 어길 경우 징벌성 배상 등을 적용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국내 데이터 산업이 정체돼 있는 사이에 미국에서는 특정 기업이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본인의 개인정보 활용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개인정보 활용 동의나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일부 국민을 위한 법·제도 보완을 요구하거나 법 시행 시 악용의 소지는 없는지 감시하는 게 시민단체가 해야 할 역할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