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을 연 입국장 면세점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입국장 인도장 도입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 본래 취지인 국민편의 증진과 해외소비 국내 전환을 위해선 입국장 내 인도장 설치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조세소위원회에서 김광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을 다룰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은 공항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을 설치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조세소위에 상정됐지만 심사가 미뤄진 채 표류해 왔다.
그간 입국장 인도장 필요성을 강조해 온 면세업계는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이 신설되면 인터넷면세점 판매 수요가 높은 대기업 면세점에 수혜가 기대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인터넷면세점으로 구매하고 공항에서 수령하는 최근 이용객 패턴을 고려하면, 귀국할 때 상품을 찾아갈 수 있는 입국장 인도장이 도입되면 고객 편의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 성수기마다 '인도장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포화 상태였던 출국장 인도장 이용객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 5월 개장한 입국장 면세점의 부진한 실적도 인도장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에스엠·엔타스)의 9월 매출은 43억1400만원에 그쳤다. 오픈 첫 달인 6월 53억6200만원을 기록한 후 5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예상했던 월 평균 매출(88억원)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 매출에 57%가 주류 매출일 정도로 상품 구색이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낮은 상품 경쟁력과 협소한 공간 탓에 흥행이 쉽지 않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한국조제재정연구원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입국장 인도장 도입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설문조사 응답자의 76.1%가 입국장 인도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63.6%는 인도장 도입 시 여행 중 면세품을 휴대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무역·관세분야 전문가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73.8%가 입국장 인도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해당 연구용역 결과를 기획재정위에 보고했다.
다만 입국장 인도장이 대기업 면세점의 과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현재 중견업체가 운영하는 입국장 면세점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이용객 편의성이나 접근성 측면에서 입국장 인도장이 더 실효성이 높지만, 중소 면세사업자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