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ET, 'WOMEN@IT'서 IT 여성리더 커리어 노하우 대공개
4차 산업혁명 시대, IT 분야 여성인재 양성이 국가 경쟁력 확보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됐다. OECD에 따르면 한국 출산률은 0.98명으로 OECD 평균 1.7명에 크게 못 미치고 15세부터 64세에 이르는 노동인구는 10년간(’18년~’26년) 218만 명 감소가 예상된다. 이처럼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감소되는 가운데 여성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특히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IT 산업에서 조차도 여성 인력 부재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신산업들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인재가 부족한 가운데 인력 수급이 절실해졌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SW여성인력 현황 비교 분석 보고서(2016년 5월)’에 따르면 국내 SW 직종 여성 종사 비중은 12.5%에 그쳐 미국 22.9%, 영국 19.1%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외 SW전공 학위취득 여성비중은 미국 22.93%, 영국 16.40%, 한국 18.84%로, 국내만 유일하게 인력 종사비중보다 학위 취득 비중이 더 높은 특이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저조한 전공 학위 취득률보다 배출 된 여성 인력의 이탈현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SW여성인력도 부족하다. 교육통계와 과기부 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ICT와 SW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인력은 42.5%(ICT는 28.9%, SW는 21.6%)로 낮은 편이다. 그러므로 SW선진국과의 여성비중 격차를 좁히고 SW분야 고유의 여성 유인 정책과 이탈현상을 막을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IT 업계 여성리더들도 숫적으로 미미하다. CEO의 경우 ICT 분야는 3%, SW분야는 8%에 불과해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과학기술인의 일자리와 경력관리를 성별로 비교했을 때 초기에는 격차가 크지 않다. 그러나 30대 이후 남성은 90%, 여성은 50~60%대로 차이가 나며 이후 회복이 되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재직자의 경력관리 지원이 중요하다.
다행히 정부 기관이나 기업들이 IT분야 여성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들을 차츰 도입하고 있어 국내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여기에 I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리더들도 여성 디지털 인재 양성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인지원센터(소장 안혜연, 이하 WISE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의 지원을 받아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별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직하고 있는 여성(초기, 신진, 중견포함)이 경력을 유지하며 리더까지 양성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그 첫 단추로 오는 10월 29일 IT분야 재직자 멘토링 ‘WOMEN@IT'를 개최할 예정이며, BT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이 행사에는 국내외 IT 산업을 이끌고 있는 여성리더들이 참여해 그들이 경력을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하고, 재직자들에게 필요한 기술과 고민을 나누는 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미래 IT여성 리더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IT업계에 여성임원들이 커리어 설계 노하우 및 성공전략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한국 IT 분야를 이끌고 있는 윤심 삼성SDS 부사장, 배수진 IBM 전무, 이경희 오라클 전무를 만나 디지털 여성인재가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IT 여성 재직자, 자기 역량에 대한 믿음과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여성재직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유리천장을 뚫고 산업 발전에 당당한 몫을 해내기 위해 여성 재직자들에게 필요한 것에 대해 세 명 모두 ‘여성 자신의 적극적이고 당당함’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윤심 삼성SDS 부사장(이하 윤부사장)은 “우선 고도를 높이고 시야를 넓히는 노력이 중요하며 이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의 큰 그림에 대한 이해와 종합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둘째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능할 때마다 성심껏 도와주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어려울 때 찾아올 수 있는 믿음직한 동료이자 선후배가 되어야 한다. 셋째, 기회를 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생각지 못한 일이나 해보지 못한 일이 주어질 때 용기내어 도전해봐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직은 더 나은 판단을 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성별 다양성이 기업의 성장과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보고들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이 유리천장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배수진 IBM 전무(이하 배전무)는 “여성들 스스로가 커리어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도전에 임해야 한다. 기업 중견 여성재직자들은 이미 실력과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고, 요즘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훌륭한 리더십에서 필요로 하는 여성 특유의 유연함, 공감력, 배려심 등 좋은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여성재직자들이 자신을 나타내는데 대개 소극적이고, 성장을 미리 한계를 설정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여성재직자들이 여성임원 진출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고,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 나아간다면 유리천장은 사라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라클 이경희 전무(이하 이전무)는 “IT 분야는 속도가 빠른 산업이라 현재의 보유 기술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 및 기술방향에 대하여 항상 촉각을 세워야 한다. 사회와 회사에서는 어느 시기가 되면 리더의 역량을 요구하게 된다. 여성들은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질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내재되어 있는 자질에 대하여 스스로 더 많이 개발하고 키우도록 노력한다” 며 작은 기회이든 큰 기회든, 주어지든 아니면 본인이 만들던,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스스로 주도하며 터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과 가정의 균형적 안정감 제공하는 사회시스템 마련 시급
여성 자신들의 내적인 준비도 중요하지만 외부 조건 즉 사회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정부나 기업, 각 단체에서 여성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여성 인재들이 처한 일과 가정을 양립할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 다행히 각 조직에서도 기회의 균등이 제공되고 있어 크든 작든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에 여성을 배치하여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2010년도에 2명(2.9%)뿐이던 여성임원이 현재는 10명(11.1%)로 증가했고, 차/부장급 인력 및 여성 보직간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여성인력의 저변확대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이고, 더 나아가서는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십 포지션에서 여성인력들이 보다 큰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부사장은 “삼성SDS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나 아빠들에게 매우 유용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가 널리 확산되는 것이 필요하다” 말했다. “WISET이 개최한 Women@IT와 같은 멘토링 기회도 필요하다. 다른 여성리더들이 해온 생각과 고민, 해결책을 나누며 인사이트를 얻고, 동료들과 공유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활력을 키워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전무는 “여성의 일과 생활에 균형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시스템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일과 가족 사이에서 정신적, 육체적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면서 힘들게 쌓아올린 경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조직 내 리더로서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 자녀 양육으로 인해 고민과 포기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배전무는 “우리 사회의 여성 역할 편견에 대한 지속적인 인식 개선과 정부의 과감한 중장기적 보육 정책 추진, 그리고 기업의 여성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투자가 있을 때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무는 우리나라 전통적으로 여아와 남아에 대하여 정체성을 강하게 양분화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Gender에 대하여 편견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며, 가정에서도 그렇게 키울 수 있도록 부모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공정하게 주어지는 기회 속에 사회의 여러 각도에서 준비된 리더가 갈 수 있는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나 재직자들을 위해서 사회나 회사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여러 여성관련 기관 및 각 기업에서 여성의 리더십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특화된 교육훈련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꿈꾸는 자 당신이 리더이고 미래다
이공계 분야를 공부하고 IT 분야에 진출해 주요 리더로 성장하기 까지 여성리더들에게는 장애물들이 적지 않다. 기존의 견고한 전통적 사고의 틀을 깨야하고, 일에서도 뒤처지지 않아야 하고 일과 가정의 일을 병행해야 하는 등 수많은 어려움과 유리천장을 깨고 비상했다. 누군가 시도 하지 않았으면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그 길을 만들어온 선배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선배로서 후배에게 전하는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소중한 역사이자 미래를 만드는 디딤돌이다.
윤부사장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출발한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프로젝트 매니저, 사업과 마케팅을 했던 경험을 비롯해서 연구소 및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현재까지의 경험을 전할 예정이다. “여성인력은 10년 전, 5년 전에 비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희망은 있다. 개인의 노력을 바탕으로 고도를 높여서 시야를 넓히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협업의 태도를 갖추고, 기회에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배전무는 IT 분야 중견 여성재직자들의 성장, 다음 단계 실행을 돕기 위해 임원에 이른 지금까지의 경험을 후배들과 진솔하게 나누고 싶다고 한다. “특히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으로 시작된 애자일 개념이 IT 조직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 전반에 도입되고 있다. 애자일 조직 및 애자일 리더십과 연계한 여성 리더의 필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알리고 싶다”며 “기존의 리더십 권한을 분산하고, 각자의 역할에 따라 동일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며, 관리보다는 일 자체에 집중하는 애자일 리더십으로의 변화에 있어, 배려와 공감, 협력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여성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멈춤 없이 도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전무는 리더를 꿈꾸라고 강조한다. ”이제 여성들의 사회진출 및 리더로서의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인지를 넘어 중요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성 리더가 되려면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을 객관화시켜 봐야 한다. ‘멀리 보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말처럼 시도해보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가야 하는 길을 멀리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안혜연 WISET 소장은 “글로벌 연구사례를 보면, 여성 리더 양성에 멘토링 효과가 작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여성이 리더급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멘토링 효과만큼이나 재직자 멘토링 수요도 많다. 이런 현장의 니즈를 반영하여 이번 Women@IT를 기획하였다. WISET 재직자 멘토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모임과 1:1 멘토링을 통해 기존 멘토링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BT 등 분야를 확대하여, 산업 내 여성재직자가 지속적인 경력성장을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향선기자 hyangseon.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