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발전하는 IT 산업에 여성이 경쟁력을 갖추며 산업 핵심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 사고의 틀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책임 등 여전히 존재하는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고 비상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피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노력과 성공을 후배에게 전하며 '청출어람'을 자신 있게 기대한다. 선배가 후배에게 바른 지침을 전할 때 역사는 바로 선다 선배가 남긴 훌륭한 지침이자 디딤돌을 밟고 후배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 핵심으로 떠오른 여성, 그러나 사회적 제약 커
한국 출산율은 0.98명으로 OECD 평균 1.7명에 크게 못 미치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다. 게다가 요즘에는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으로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인재도 부족해 인력 수급이 절실하다. 가장 최선책은 경제활동 인력으로 여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 인력이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서는 데는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SW여성인력 현황 비교 분석 보고서(2016년 5월)'에 따르면 국내 SW직종 여성 종사 비중은 12.5%에 그쳐 미국 22.9%, 영국 19.1%에 비하면 매우 낮다. 국내외 SW전공 학위취득 여성 비중은 미국 22.93%, 영국 16.40%, 한국 18.84%로, 국내만 유일하게 인력 종사비중보다 학위 취득 비중이 더 높은 특이 현상이 나타났다. 저조한 전공 학위 취득률보다 배출 된 여성 인력 이탈현상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ICT와 SW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인력은 42.5%(ICT는 28.9%, SW는 21.6%)로 낮다. SW선진국과 여성비중 격차를 좁히고 SW분야 고유의 여성 유인 정책과 이탈현상을 막을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IT업계 여성리더 수도 미미하다. CEO의 경우 ICT 분야는 3%, SW분야는 8%에 불과하다. 일을 시작하는 20대에는 성별 격차가 크지 않지만 30대 이후 남성은 90%, 여성은 50~60%대로 차이가 나며 이후 회복이 되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여성 재직자의 경력관리 지원을 위한 재직자 경력성장 및 리더 양성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IT 여성 리더 '커리어 노하우' 전수의 장 'WOMEN@IT' 성황
더 나은 사회, 발전하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 IT 산업 여성 리더가 뭉쳤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에서 IT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임원들이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소장 안혜연, 이하 WISET)가 마련한 'WOMEN@IT'에서 IT 업계에 재직하고 있는 후배에게 그들이 극복한 어려움과 다양한 경험의 노하우를 낱낱이 공개했다.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커리어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역사의 수레가 움직이는 현장을 찾았다. IT업계 여성 재직자 150여명이 열띤 참여로 성황리 진행됐다.
1부에서는 '미래 IT여성 리더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윤심 삼성SDS 부사장, 배수진 IBM 전무, 이경희 오라클 전무, 박진연 마이크로소프트 상무가 테드톡 연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IT업계에 여성임원으로 오르기까지의 커리어 설계 노하우 및 성공전략을 나누었다. 윤심 삼성SDS 부사장은 여성인력은 과거에 비해 꾸준히 성정하고 있어 희망적이라며 “개인의 노력을 바탕으로 고도를 높여서 시야를 넓히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협업의 태도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수진 IBM 전무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애자일 리더십이 필요하다. 배려와 공감, 협력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리더십을 갖추려면 용기 있게 멈춤 없이 도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희 오라클 전무는 “우선 리더를 꿈꿔라.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자신을 객관화시키고 포기하지 않고 장거리 마라톤과 같이 멀리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연 마이크로소프트 상무는 “일을 즐기며 객관적으로 나를 평가하고 나의 경험을 높여줄 다양한 일에 참여하고, 나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2부에서는 'IT 업계 리더로 성장하는 방법'에 대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이미라 GE코리아 전무, 여지영 SK텔레콤 상무, 윤정하 마이크로소프트 상무, 최선혜 한화시스템 상무, 탁정미 효성ITX 상무가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토론 패널들에게 리더가 되기 위한 자기개발, 조직소통, 네트워크 등 자신의 업무나 생활에 관련된 솔직한 질문을 쏟아냈다. 멘토로 참여한 패널들은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현실적인 해법을 전해 진심어린 소통을 이끌어냈다. 3부에서는 개발, 서비스, 사업기획 등 직무별 소그룹 멘토링이 진행됐다. 각 직무별 경력 20년 이상의 재직자 혹은 임원과 직접 만나 경력개발 팁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소그룹에 신청하여 업무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적인 인식 등 세세한 상황들을 멘토에게 질문하고 조언을 들으면서 자신감을 얻어갔다.
경기도 용인시의 인보광씨는 “20년 넘는 경력자이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이나 업무에서의 스트레스 해소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법이 필요했다. 이 행사에서 진행된 프로그램들이 실제 업무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신입사원이나 후배들에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지속적으로 이러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진행되길 기대했다. 서울 여의도의 김은지씨는 “향후 진로나 업무에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자신을 객관화하라는 멘토의 조언이 동기부여와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소그룹 멘토링 참여자들과 향후에도 소통하며 서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며 더 많은 재직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행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회의 인식개선과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 필요
WISET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의 지원을 받아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별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 학생과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재직하고 있는 여성(초기, 신진, 중견포함)이 경력을 유지하며 리더까지 양성되기 위한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해 재직자 멘토링 프로그램 'WOMEN@IT'로 첫 삽을 떴다. 여성이 경제활동인구의 중심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것은 여러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여성에게 덧씌워지는 여러 제약 완화와 사회적 인식개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함께 여성 스스로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 유리천장은 사라질 것이다. 그 시발점 'WOMEN@IT'의 참의미가 확대되고 심화돼 'IT 강국 Korea'의 위상이 재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인터뷰] 안혜연 한국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경력성장 사다리 만들어 여성 과학기술인 양성 앞장"
- WOMEN@IT 개최 이유는?
ICT가 기존 산업과 접목돼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신산업 분야로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인재가 부족한 가운데, 선진국은 민·관 경계 없이 여성 ICT 인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많은 정책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IT업계 여성은 적다. 리더급으로 올라가면 훨씬 부족하다. WOMEN@IT는 과학기술 분야 여성 재직자의 경력성장 및 리더 양성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 WISET 재직자 멘토링의 차별점은?
글로벌 연구사례를 보면, 여성 리더 양성에 멘토링 효과가 작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여성이 리더급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재직자 멘토링 수요가 많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바쁜 임원을 한 자리에 모시고 사전 준비 모임을 갖는 등 공을 들였다. WISET 재직자 멘토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모임과 일대일 멘토링을 통해 기존 멘토링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도록 할 것이다.
- 계획은?
WISET은 앞으로도 IT분야 외에도 BT 등 산업 분야별 멘토링을 구성하여 산업 내 여성재직자의 지속적 경력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재직자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따라 여성과학기술인 리더 성장사다리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향선 전자신문인터넷기자 hyangseon.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