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에서 강력한 사용중지 권고로 수위를 높였다. 다음 달까지 액상 전자담배 주요 성분을 분석, 유해 성분이 나올 경우 즉각 판매 중단 조치와 함께 흡연 유발 등 공중 보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판매를 중지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수입·유통 과정에서도 담배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액상 전자담배 제재 조치를 강력하게 실시한다.
23일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를 위한 2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담배 제품 사각지대 해소와 관리 체계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기존의 연초 잎 니코틴만 담배 제품으로 인정하던 것에서 연초 줄기, 뿌리 니코틴도 담배 정의에 포함시킨다. 이에 따라 제조·수입자는 담배,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등 정보 제출이 의무화된다. 담배 내 가향물질 첨가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청소년 흡연 유발 등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제품 회수, 판매 금지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한다.
논란이 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 손상 간 상관 관계 규명을 위해 역학 조사도 착수한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중증의 폐 손상과 사망에 이른 사례 78%는 액상에 대마 성분의 일종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다음 달까지 이들 2개 성분과 가향물질, 용매 등 7종의 유해 성분 분석을 실시한다. 그후 세포 독성실험, 동물흡입 독성실험 등으로 액상 성분과 폐 손상 간 상관 관계를 조사한다. 조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한다.
나성웅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미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해성 물질이 나와야 판매가 금지된다”면서 “성분 분석과 임상 역학조사 등을 실시하고, 위해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판매 중지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수입·유통 과정도 규제가 강화된다. 그동안 담배로 규정되지 않은 줄기·뿌리 니코틴도 통관 시 구성 성분 자료 5개종을 모두 제출해야 한다. 비교적 획득이 간편한 해외 직접구매 역시 일반 수입에 준하게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청소년 대상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행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으로 계도·홍보 활동도 실시한다. 모든 정책은 복지부 차관을 반장으로 하고, 관계 부처 실장이 참여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을 구성해 추진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미국에서 중증 폐 손상과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질병과의 인과 관계 규명 전까지 사용 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15일 기준 미국에서 액상 전자담배 사용에 따른 중증의 폐 손상 사례 1479건, 사망 사례 33건 등 의심 사례가 발생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인과관계 조사 완료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식품의약국(FDA)는 사전 판매 허가를 받지 않은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사용자제에서 사용중지로 권고 수준을 높이고,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면서 담배업계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집회 등 강력한 투쟁 목소리도 나온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정부 담당자가 전자담배 대체품인 일반연초 대기업 사업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졸속 입법을 추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전자담배보다 훨씬 더 해롭고 세금이 많이 부과되는 일반담배를 권장하고 있고, 이는 증세를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