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그늘 '불공정 계약'...선수 피해 없앨 안전망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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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성장에 가려졌던 e스포츠 산업 치부가 드러났다. 선수 처우 및 계약과 관련한 폭로가 이어진다. 진실 게임이 진행 중이지만 이와 별개로 앞으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e스포츠 산업에 안전망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국회와 e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e스포츠 선수와 구단 양자 간 계약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일부 리그 주최 측에서 간단한 표준계약서를 마련 배포하고 있지만 매우 간단하고 업계 전체에서 통용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e스포츠는 유효 노동기간이 짧고 신체적으로 정점에 오르는 나이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어리다. 그만큼 미성년 선수 수요가 높은 종목이라 정책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e스포츠 프로 씬을 달구고 있는 진실게임이 기폭제가 돼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은 구단을 나오면서 내부 행태를 폭로했다. 조규남 대표가 카나비 '서진혁' 선수를 중국 징동으로 이적시키는 과정에서 협박을 통해 계약 체결을 강요하고 이적료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서 선수는 미성년자다. 조 대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그리핀 모기업 스틸에잇은 “이적료를 받은 적 없고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서경종 스틸에잇 대표는 이와 관련, “내부 감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규남 대표 해임을 포함해 그 책임 있는 모든 당사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게임 개발사이자 리그 주최사 라이엇게임즈는 LCK운영위원회와 조사에 착수했다. LCK운영위원회에는 대한체육회 인정단체 한국 e스포츠협회가 포함된다. 템퍼링, 이면계약 여부 등 모든 부문을 포함해 조사한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선수 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본 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확인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사건 진위와 상관없이 미성년 계약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e스포츠 선수와 구단 간 계약 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로 계약을 맺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e스포츠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어린 선수가 무리한, 악의적인 내용이 담긴 불공정 계약을 맺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억울한 계약을 맺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권익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미성년 계약에 초점을 맞추고 앞으로 행동을 예고했다. 하 의원실은 “미성년자에 대한 관행이라면 실태조사를 통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보호자가 동의할 경우 만 15세부터 소득활동을 할 수 있다. 미성년 계약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관례처럼 이어져 온 구두계약, 게임단의 다소 강압적인 계약 태도, 부모나 에이전트 없이 이루어지는 계약은 문제로 지적됐다. e스포츠 선수가 구단과 불공정 계약을 맺고 피해를 볼 가능성이 존재했다.

비슷한 속성을 갖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프로 축구 산업과 대비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e스포츠 선수와 상황이 비슷한 아이돌을 보호하고자 '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 표준 부속합의서'를 제정한 바 있다. 부속합의서는 성인에게 적용되는 표준전속계약서에 딸린 것이다. 청소년 기본권을 보호하고 폭행, 강요, 협박 등으로부터 보호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미성년자 계약을 위해 '준프로계약' 제도를 도입했다. 유망주 육성을 위해 구단-선수 간 합의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해 12월 31일까지 준프로계약을 맺을 수 있다. 체결되면 내용이 공시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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