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4>정권과 무관해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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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뀌나요?”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변경되는 입시제도에 학부모들은 정신이 없다. 이번에도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를 거론하는 교육부의 개혁 방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입시제도나 고등학교 정책에 관해 찬반을 논할 생각은 없다. 단지 현 정부의 취향에 따라 추진되는 정책이 과연 국가의 미래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는지가 의문이다. 교육과 같이 정권이 개입하지 말아야 하는 분야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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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록하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기록하는 사람이 편향될 수 있고, 해석하는 사람은 또 다른 생각으로 왜곡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하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자행된 압박과 횡포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지원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정권이 잘못된 것이라고 몰아붙이기 이전에 전문가 논의를 통해 왜곡된 역사 해석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이념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면 이념이 다른 차기 또는 차차기 정부가 또 다른 해석으로 국민을 혼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진행하며 이견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정부의 편향된 모습을 보았다. 과거 불행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사라진 광화문의 해태도 정권의 편협함이 지워 버린, 돌아올 수 없는 역사의 일부분이다.

또 다른 분야는 교육이다. “교육은 백년을 바라보고 계획해야 한다”(百年之大計)라고 한다. 그만큼 교육정책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편되는 입시제도와 고교정책을 경험했다. 1975년 박정희 정권은 세칭 일류 고등학교를 일제히 없앴고, 대학입시를 개편했다. 입시 제도를 개편하고, 심지어는 대학 운영까지 간섭하기를 서슴지 않는 정권도 비일비재하다. 이념 기반의 교육 개혁과 인기에 영합한 혁신은 우스꽝스러운 정권의 부스러기일 뿐이다.

정부와 구별된 의미의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분야는 역사와 교육만이 아니다. 인권, 종교,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권의 절제가 필요하다. 정권에 구속되지 않은 부처 역할과 조직이 전제돼야 하는 분야다. 정권 개입의 유혹에서 자유롭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권은 복지, 산업, 외교, 통일 등 정부 기여도가 큰 분야에서 실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발전과 문제 해결이 내일로 연결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와 교육은 철저히 정권과 분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전문가에게 과거의 정리와 미래 기획을 맡기는 체제를 정립해야 한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항상 동일한 목표를 지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치인들이 추천하고 정권이 운영하는 위원회 체제는 답이 아니다. 진보와 보수를 앞세우는 지방자치 교육단체장들을 보면 많이 우울하다. 다음 단체장이 되돌리면 그만인 정책에 목숨 건 듯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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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교육은 정권에 큰 유혹이다. 국민의 생각을 지배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는 정권이 선호하는 방향과 변화보다 중단 없는 전진이 바람직하다. 시대 흐름과 산업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교육, 개인과 집단 생각보다 사실에 입각한 역사는 정권과 무관한 조직 및 시스템만이 만들 수 있다. 어제와 내일이 만나는 오늘의 중심에 있는 역사 및 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정권 최고위층의 과감한 포기·결단이 필요하다. 정권과 무관한 기구 설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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