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유럽에 1400㎞ '양자고속도로'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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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어 리보디 IDQ CEO(오른쪽)와 곽승환 IDQ 부사장이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사업 수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유럽 최대 양자암호통신 시험망 구축 프로젝트의 절반을 따냈다. 3년 동안 스위스,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 1400㎞ '양자고속도로'를 구축한다. SK텔레콤은 미국에서도 800㎞ 양자암호통신 계약을 수주하며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리더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퀀텀 플래그십 콘퍼런스'에서 자회사 IDQ와 공동으로 'EU 오픈 양자키분배(QKD)' 프로젝트에 최대 공급사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IDQ에 700억원을 투자한 최대 주주다. 한국과 미국, 영국에 IDQ 지사를 내고 글로벌 양자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U는 올해부터 2022년 9월까지 3년 동안 1500만유로(약 200억원)를 투입해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주요 도시에 총 30개 구간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한다. IDQ는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개 구간(약 1400㎞)에 상용 QKD 장비를 공급한다.

일본 도시바(6개 구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정부 주도인 중국을 제외하고 민간기업이 구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다. SK텔레콤이 2011년 퀀텀테크랩을 꾸린 지 8년 만에 일군 성과다.

EU는 지난해 10월 향후 10년 동안의 양자 산업 육성에 10억유로(1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실행 기구 '양자 플래그십'을 출범시켰다. 오픈 QKD는 마중물 성격의 프로젝트다. EU는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컴퓨터, 양자센싱, 양자시뮬레이터를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양자 인터넷'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레구아르 리보르디 IDQ 최고경영자(CEO)는 “시험망을 거쳐 향후 유럽 전체를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로 연결하게 된다”면서 “오픈 QKD 최대 공급사로 선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IDQ는 또 스위스 블록체인 기업 '몽 벨레향'과 공동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보관된 디지털 자산 해킹을 막는 '양자 금고' 솔루션을 개발한다. 전력네트워크 사업자 SIG와는 전력 공급망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IDQ는 미국 퀀텀엑스체인지와 보스턴∼워싱턴 DC 800㎞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를 공동 구축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IDQ가 QKD 장비를 공급하고 퀀텀엑스체인지는 전송 거리 확장 솔루션을 제공한다. 양사는 최근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의 양자암호통신 구축을 완료하고 이를 확장하기 위해 보스턴~워싱턴 DC 구간을 추가하기로 했다. IDQ는 11월 괌에도 현지 이동통신사 IT&E와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한다.

이날 EU 퀀텀 플래그십 콘퍼런스에서는 양자 이론이 강한 유럽이 양자 사업화에서도 우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오면서 양자기술 개발 분위기가 달라올랐다. EU 회원국 간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일자리도 창출하자는 현실적 비전이 제시됐다.

곽승환 IDQ 부사장은 “양자 분야 이론에 치우쳐 있던 유럽이 현실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면서 “유럽이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 양자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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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어 리보디 IDQ CEO가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사업 수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헬싱키(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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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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