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미국 현지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비경제적 이유로 수출 제한을 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홍 부총리는 이날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만나 이렇게 말하고 “지난 6월 G20 오사카 정상회의 합의 정신과도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글로벌 교역·투자가 위축되는 등 무역 갈등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직접적 손실이 세계경제 국내총생산(GDP)의 0.8%에 달한다”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 악화 등 추가적 간접 피해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갈등이 단순한 휴전이 아닌 종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확장적 재정정책,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IMF가 권고한 적극적 재정·통화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기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게오르기에바 총재와 만남에 앞서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 므누친 장관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와 므누친 장관은 양국 인프라 협력 강화를 위한 '한미 인프라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MOU에는 양국에 대한 상호투자, 중남미·아세안 지역 등으로 공동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민간기업 대상 제도·금융 지원 시스템 구축 등 협력방안이 담겼다.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는 글로벌 인프라 공동진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인프라 관련 공공·금융기관, 민간기업 등이 참여하는 실무회의를 빠른 시일 내 개최, 양국 간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공동사업단 구성 등을 논의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프라 공동 투자를 위해 한미 재무당국 간 맺은 최초의 협약”이라면서 “한미 경제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시키고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