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5일 만에 사퇴 표명 '개혁안 동력 마련' 판단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했지만 검찰 개혁은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조국 블랙홀'이 해소될 계기가 마련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국정 하반기 운용을 위해 어떤 출구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조 장관은 14일 오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사퇴 입장문을 냈다. 이는 검찰·사법 개혁 완수에 대한 동력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자체 판단과 함께 자신을 둘러싼 찬반 집회, 6개월 앞둔 총선 등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 동력이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린 결단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입장문에서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 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면서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문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이어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직접 발표했다. 이는 15일 국무회의 의결 후 즉각 시행된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법이 담긴 사법개혁안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조 장관은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면서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 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사실상 개혁의 제도적 마무리 작업은 국회의 몫으로 넘겼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사의를 표하자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을 두 차례나 쓰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 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돼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한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조속한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개혁 과제로는 △공정한 수사 관행과 인권 보호 수사 △모든 검사에 대한 공평한 인사 △검찰 내부의 잘못에 대한 강력한 자기 정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는 검찰 문화 확립 △전관예우에 의한 특권 폐지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의 사퇴 결심을 수용한 것은 검찰 개혁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대로 조 장관 거취 문제가 장기화되면 향후 국정 운영이 힘을 받지 못해 검찰 개혁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 나아가 내년 총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 장관이 사퇴의사를 표명한 지 3시간 30여분 뒤에 법무부 장관 면직안을 재가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