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新 메모리 전쟁'…인텔, 삼성-SK하이닉스 시장 '호시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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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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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존 메모리반도체 최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자리를 인텔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컴퓨팅 장치 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최강자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개념의 메모리 장치인 '옵테인 메모리'로 시장 탈환에 나섰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에 첨단 기술인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하는 등 이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을 펼쳐 후발주자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각자 영역을 고수해 온 한국과 미국 업체가 격돌하며 메모리 시장에 새로운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텔은 사실 D램의 원류다. 인텔은 1970년 10월, 1KB 용량의 '1103 메모리'를 내놓는다. 이것이 D램 역사의 시작이다.

인텔은 1969년 처음 내놓은 정적램(S램) '1101' 제품에서 반도체 내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 개수를 6분의 1로 줄였다. 이를 통해 집적도를 올리면서 제조 단가를 낮춘 제품으로 인텔은 D램 시장을 독점했다.

그러나 메모리 시장에서 인텔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1972년 일본 회사들의 공습을 받았기 때문이다. 닛폰전기(NEC), 후지쯔, 세이코 등 일본 거대 전자 제품 기업들이 반도체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저가 물량 공세에 인텔은 흔들렸고 메모리사업부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뼈아픈 역사를 남겼다.

약 20년이 흐른 1988년 인텔은 낸드플래시 사업에 한 번 더 진출한다. 인텔이 2000년대 초반 낸드플래시 기술로 시장 주도권을 잡아갈 때쯤 삼성전자가 평면 낸드플래시를 세로로 쌓아 올리는 V낸드 기술로 시장을 압도하며 인텔 영향력은 미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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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인텔 메모리&스토리지 데이 2019에서 인텔 관계자가 차세대 메모리 기술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두 번의 고배를 마신 인텔이 최근 낸드플래시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봉에 선 기술은 '옵테인 메모리' 기술이다.

인텔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10년 간 개발한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개념의 메모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올해 처음 선보인 제품이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다.

정보와 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D램 개수도 급격히 늘어나야 하는데 정보 보관 능력과 적절한 속도, 가격 경쟁력을 지닌 옵테인 메모리가 이를 보완한다는 콘셉트다. 이들 제품의 최대 용량은 512GB(기가바이트)인데 범용 D램 용량인 64GB 모듈보다 8배 큰 용량이다.

인텔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업계 초우량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시장을 먼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서버에는 통상 한 개의 CPU 안에 8개 D램이 꽂혀 중앙처리장치 정보 연산을 돕는다. 인텔은 이 가운데 절반인 4개 제품을 옵테인 메모리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D램 특유의 정보 처리 속도를 고려했을 때 이를 완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자신만의 위치를 점하겠다는 판단이다. 초기 메모리 시장에서 일본 업체가 그랬듯, 가격에서 우위를 가질 것이라는 방침도 있다.

실제 롭 크룩 인텔 총괄수석부사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옵테인 메모리는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기존 메모리보다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D램 가격이 떨어지면 옵테인 메모리 가격을 더욱 내려서 시장에 공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텔이 메모리 시장에 재진입하는 배경은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픽, 와이파이 등 CPU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과 장치를 연구개발해 '새로운 인텔 인사이드'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은 중요치 않다”면서 “옵테인 기술로 충분히 메모리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장점으로 CPU와의 호환성을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자사 차세대 메모리만 호환할 수 있는 서버용 CPU를 지속 내놓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빠른 시일 내에 바짝 추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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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연구원이 장비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도 인텔의 메모리 시장 재진입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근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옵테인 메모리의 시장 진입에 대해 “뭐든 열심히 잘하는 회사는 위협이 된다”며 “경쟁사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은 메모리 시장 1위 수성을 위해 인텔의 플랫폼화를 견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신흥 CPU 강자인 AMD와 협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지난 8월 AMD의 새로운 서버용 CPU 에픽 2세대와 함께 탑재될 D램 모듈을 발표했다. 최대 256GB 초고용량 서버용 메모리로 고객사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은 AMD와 함께 차세대 서버에 탑재할 최신 프로세서, 메모리, 스토리지 제품 분야에서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제조 기술에서도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대역폭 메모리(HBM) 용량은 유지하면서 제품 부피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패키징 기술인 '12단 3D-TSV(3차원 실리콘 관통전극)'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기술 우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 또 내년에는 D램 일부 레이어에 초미세 공정인 EUV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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