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이 총리의 일본 방문으로 경색된 한일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국무총리실은 “이낙연 총리가 일본 나루히토 천황 즉위식 행사 참석을 위해 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22일 즉위식, 궁정 연회와 23일 아베 신조 총리 주최 연회에 참석한다. 더불어 일본 정계 및 재계 주요인사 면담, 동포대표 초청 간담회 일정 등을 가질 예정이다. 아베 총리와의 별도 회담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일왕 즉위식은 1990년 11월 아키히토 일왕 이후 30여 년 만에 열리는 일본의 국가적 경사다. 전 세계 100여개국 사절이 참석해 '레이와 시대' 개막을 기념하는 자리다. 우리 정부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면 자연스럽게 한일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어 누가 대표로 참석할지 주목됐다. 미국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 부인인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중국은 왕치산 국가부주석, 영국은 찰스 왕세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즉위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간 물밑 협상에서 일본의 뚜렷한 태도 변화가 보이지 않자 이 총리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2박 3일 방일 기간 아베 총리와 별도 회담할지 관심을 모은다. 아베 총리는 즉위식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단과 50여차례 개별 회담을 갖는다. 이 총리는 23일 아베 총리 주최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개별 회담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총리의 즉위식 참석이 공식화된만큼 양국 정부 사이에 사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회담한다면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조치 강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양국 정상급 인사의 첫 만남이다. 그간 두 나라 외교장관과 실무급 협의는 열렸지만 정상급 간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동시에 참석했지만 별도로 만나진 않았다.
회담이 이뤄진다면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교환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 총리가 문 대통령의 한일 관계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사'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가 커 양국 관계가 진전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 개선을 위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 정도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이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에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측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모멘텀이 생기길 바라지만 단번에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