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간은 당시 사회 교육을 투영한다. 1960~1970년대에는 보다 많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고자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이 만들어졌다. 교사가 지식을 주입하고 학생은 그 지식을 그대로 받아갔다.
1990년대에는 국민 소득 증대에 따른 질적 성장 영향으로 학교 공간 역시 일방향보다는 실습 등이 결합된 다양한 공간이 등장했다. 사고력과 다양성이 강조되면서 토론형태나 프로젝트 수업이 시작됐다. 교사만 바라보던 일방향 교실이 모둠 형태로 책상배열이 바뀌기도 했다.
문제해결 능력, 창의력,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교육이 바뀌기 위해서는 공간부터 바뀌어야 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공간 혁신을 강조했다. 공간 혁신이 우리 교육을 바꾸는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 3조5000억원이 학교 공간 혁신에 투입된다. 아직 이를 '시설 사업' 수준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공간 혁신이 교육 혁신으로 가기 위한 전문가들의 당부를 담는다.
◇ “사업 목표는 시설 개선보다 교육 혁신”
김한희 스튜디오엑스오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정량적 결과물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여주 이포초 학교 공간혁신 사업에서 사용자 참여를 이끌어내는 촉진자면서, 기본설계도 했다.
그는 “공사비 내역을 뽑듯이 투입대비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크다”면서 “공간혁신 성공 사례를 보면 시설보다 학생과 교사가 바뀌는 '정성적'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나 감사기관이 '공간혁신은 교육혁신'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사업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간혁신의 주체들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교육부 공간혁신 사업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학교도 건축사도 관심을 보이지만 하루 이틀 교육으로 사용자참여 중심 공간혁신을 이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건축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디자인 욕구가 있어 사용자 참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면서도 “'교육 혁신'에 함께 하는 건축사는 무엇보다 사용자 참여설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간혁신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대규모 사업이 시작됐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사업이다보니 기본 계약제도부터 참여자 인식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개선해야 할 분야가 많다. 입찰 제도는 공정하지만 설계자나 촉진자가 사용자 참여를 얼마나 잘 이끌어낼 지 평가할 방법이 없다. 수의 계약이 늘어나면 특혜시비가 일기 쉽다. 공간혁신 사업은 교육과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지만 제도상으로는 여진히 '시설' 사업 범주에 들기 때문이다.
교육부 공간혁신사업 총괄기획가인 이화룡 공주대 교수는 “계약제도나 비품 구입 등 문제가 많다”면서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 참여에 대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시설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참여해 공간을 바꿔가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밟아간 학교의 교육적 효과가 카드는 것을 오랜 기간 동안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 과정을 통한 공간혁신”
김성중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교육시설안전정보센터장은 교육 과정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학생들 스스로가 묻고 생각하며 답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이 이뤄지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60년대 표준설계도, 1990년대 실습실 등 다양한 공간에 이어 현재 사회는 협력과 소통, 능동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할 공간이 화두로 등장했다. 학교공간혁신 사업은 창의적 사고 역량와 융합 역량을 위한 교육을 위해 시작됐다는 것이다. 공간 혁신이 환경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과정 일환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학교 공간이라는 주제를 던져주고 문제로 인식하고 보다 다른 해결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통한 공간혁신 방향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는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미봉곡초는 '인권'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인권을 실현할 방법으로 학생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공간을 만들자는 결론을 냈다. 2학기에는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다. 공간혁신 선구자로 불리는 광주첨단고 역시 오세정 교사가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가사실을 비롯한 공간을 바꿔갔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를 찾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지금까지 학교공간혁신이 학생 중심 교육으로 공간 변화의 의미를 다졌다면, 앞으로는 학습환경을 바꾸고 학교공간과 시설을 재구조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 사용자인 학생이 학교공간에 대해 사용적 의미 이외에도 주인의 의미로 인식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기획>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전자신문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