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바지와 편안한 스니커즈에 '레노버'라고 쓰인 흰 셔츠를 입고 등장한 이희성 한국레노버 대표. 편안하게 웃는 얼굴이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듯하다.
이희성 한국레노버 대표는 ICT 업계 다양한 기업에서 수차례 전문경영인을 역임한 'CEO 전문 인재'로도 유명하다. 그는 10년간 CEO로 일했던 인텔코리아부터 영국 종합 부동산 컨설팅 회사 나잇프랭크 한국 지사 CEO 등을 두루 거쳤다.
이 대표의 젊고 세련된 패션 감각처럼 오랜 기간 외국계 기업 CEO를 역임한 이력에서 비춰지듯, 그의 생각은 열려 있었고 혁신을 지향했다.
한국레노버는 중국 기업이자 세계 1위 노트북 기업 레노버가 2005년 IBM PC사업부 인수 이후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세운 지사다. 한국레노버는 삼성과 LG에 이어 외국계 기업 중에선 가장 높은 PC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는 한국레노버 수장으로 취임한 이희성 대표에게 향후 한국레노버 전략과 경영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
-한국레노버 CEO에 취임했다. 회사와 시장 현황과 소감은.
▲6월 3일 한국레노버에 첫 출근했으니 100일 정도 됐다.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한국레노버는 꾸준히 성장세다. 한국 노트북·PC 시장은 삼성과 LG가 부동 1, 2위를 지키고 있다. 다음 순위를 한국레노버가 차지한다. 1, 2위 업체가 국내 기업이다 보니 외국계 기업인 우리로서는 삼성·LG라는 산을 넘기는 쉽지 않다. 한국 소비자가 국내 브랜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큰 틀에서 시장 점유율 순위를 역전하기가 힘들다.
사실 노트북·PC 시장은 성장하는 시장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줄어드는 시장으로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등 수많은 디바이스 선택지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소비자 선택지가 매우 넓어졌기 때문. 큰 틀에서 노트북과 PC 시장은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는 예상외로 기업용 PC 시장이 성장하는 현상도 포착된다. 윈도7 기술 지원이 내년 종료됨에 따른 교체 물량 수요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시장을 개척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미션이 내게 놓였다. 하나씩 개척하고 해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올해를 기점으로 기존 한 자릿수 후반 대에서 두 자릿수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다.
-한국레노버가 추구하는 전략과 제품 강점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했듯 국내 브랜드 위상이 강력한 것이 국내 시장 특징이다. 레노버는 국내 브랜드와 달리 스마트기기에 최고 기술을 결합한 프리미엄 2 in 1 노트북과 게이밍 노트북, 비즈니스 노트북 등 매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보니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사 대비 비용 절감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제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경쟁력이다.
-레노버 본사에서 바라보는 한국 시장 위상과 특징은 어떠한가.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한국 레노버 시장 점유율은 사실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ICT가 빠르게 발달한 나라로 전략적으로 본사에서 중요하게 바라보는 시장임은 분명하다. 글로벌 출시된 제품 대부분이 한국 시장에 출시됐을 정도다.
한국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가 매우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명품 마케팅 전략이 통하는 시장이다. 사실 우리 회사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성비'로 인기를 얻는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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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PC에서 스마트폰, 스마트카 등으로 계속 바뀌는데 PC가 주력인 한국레노버는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한국레노버는 PC 위주로 사업을 하지만 서버, 스마트폰, 증강현실(AR) 등 앞으로 새로 나올 제품과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한국 시장에서 현재 PC가 가장 크게 성장하고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완성품 회사가 가진 장점은 좋은 브랜드와 제품으로 고객을 확보하면 이 고객이 앞으로 나이 들며 본인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제품들을 추가 구매해준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사물인터넷과 5G 기반 다양한 디바이스가 더 출현할 것이다. 연결성이 강조된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열릴 새로운 시장을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용 시장이 커지고 있고 한국레노버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어떤 전략인가.
▲기업용 시장은 소비자 시장과 약간 달라서 비용 절감을 위한 '가성비'가 더욱 중요하다. 최근 우리 회사는 대규모 기업용 시장 제품 공급 계약 성과를 냈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기업용 PC 공급 거래 시도를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다. 레노버는 글로벌 어떤 시장에 가도 사후관리(AS) 등 체계가 잘 잡혀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는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지사 등을 늘리면서 이 같은 글로벌 AS 체계와 서비스를 중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레노버도 좋은 성과를 잇달아 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대두와 함께 5G, IoT 기술 확산 등으로 비즈니스와 산업 현장이 급변한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레노버는 기업고객을 위한 여러 솔루션을 준비하고 선보일 예정이다. 레노버는 IoT나 AI 등을 활용해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품 개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몇 안되는 회사다. 첨단 기술을 기기에 접목하고, 고객이 최대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레노버가 회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도와줄 것이다. 레노버는 기업이 기존 IT를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기업이 핵심 업무에 집중해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다.
-한국레노버 취임 직후 어떤 업무에 집중했나.
▲출근 초기엔 내부와 레노버 사업 자체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모든 임직원을 한명씩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글로벌 회사 레노버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부를 이해한 후 본격적으로 한국레노버가 어떤 전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아직 한국시장에서 레노버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기대보다는 낮은 것 같다. 한국시장에서 어떻게 레노버 인지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지, 소비자 불만사항이나 AS센터 등은 현황이 어떤지 등을 점검하려한다. 다국적 기업 특성상 아직 오프라인 매장이 많이 없다는 점과 여기에서 생기는 소비자 불편함은 없는 지등을 면밀히 보려한다. 시장에서 고객 선택을 받기 위해선 획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어야 하는지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고민하고 있다.
-한국레노버 대표 취임 이후 임직원에게 새롭게 제안한 게 있다면.
▲임직원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레노버가 중국회사이다 보니 동양적 문화인 상하관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일해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인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품이 중요하고 이걸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이 중요하단 것을 다시 깨달았다.
한국레노버 직원을 한명씩 만나 이야기 하면서 우리 회사가 가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자고 격려했다. 무엇보다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문 경영인만 여러번 거쳤다. 특히 인텔에서 오랫동안 CEO로 일했는데 한국레노버와 어떤 차이가 있나.
▲인텔에서 25년 근무했다. 그중 CEO를 한 게 10년이다. 다음으로 모교인 서강대에서 산학협력단장으로 지냈다. 이후 영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서도 CEO를 역임했다. 그러다 다시 IT업계인 한국레노버 대표가 됐다.
과거 인텔에 있을 때는 기술 리더십과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미래 계획을 구상하는 일을 했다면 지금은 시장을 분석하고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룰을 짠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인텔코리아에서는 미래 전략을 지휘했다면 한국레노버에서는 현재에 대한 전략을 짜야 한다. 거대한 로컬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니 인텔과는 전혀 다른 계획을 구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구상을 바탕으로 스마트 디바이스와 PC 등을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한다.
-CEO로서 인간 이희성이 오랜 기간 지켰던 원칙이 있다면.
▲좌우명이 '진인사 대천명(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이다. 항상 최선의 노력은 다하지만 결과가 항상 최선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스트레스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성공이란 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당시 상황과 시장 분위기 등이 잘 어울어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CEO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항상 고객이다. 고객 마음을 사로잡고 소비자 선택을 기다려야한다. 또 나의 고객은 반드시 바깥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부 고객인 임직원이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내 미션이다. 임직원이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CEO로서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건강관리 하나.
▲테니스를 좋아한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아무리 바빠도 테니스 레슨을 받는다. 유명한 테니스 경기는 티켓을 구매해 보러갈 정도로 테니스 마니아다. 나달 우승을 밤샘 시청할 정도다. 주말에도 거의 테니스 코트에서 산다. 테니스가 삶의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한국레노버 CEO로서 향후 목표는.
▲소비자 구매나 AS 등에서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투입할 것이다. 현재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레노버는 매해 20%씩 성장했다. 이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이전 인텔에서의 전략과는 많이 달라야 한다. 한국레노버 제품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내게 주어진 최대 과제이자 미션이다.
또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 스마트 버티컬스 등 '3S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다. 기존 노트북과 태블릿 매출에 집중하면서 IoT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비즈니스 스마트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것이다. 레노버 고유의 전략을 위해, 변화하는 기술과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충족하기 위해 최신 기술을 탑재한 광범위한 스마트 기기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향후 기기 영역인 스마트 스피커, VR 헤드셋으로 영역을 적극 확대할 예정이다.
◆이희성 한국레노버 대표는
1962년 태어나 상문고등학교,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금성전기 연구개발실 엔지니어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인텔에 입사하고 IT매니저, 영업, 엔지니어 등 업무를 하다 2005년 인텔코리아 CEO 자리에 올랐다. 10년간 인텔코리아 CEO를 지내고 퇴사해 인티그리티 글로벌 대표, 나이트 프랭크 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1년간 서강대 산학협력단장을 지냈다. 한국레노버 대표 취임 이전까지 아이올로스인베트스트 사장으로 일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고 신기술과 전략에 관심이 많은 이 대표는 업무뿐만 아니라 연극, 운동 등에도 관심이 많은 다재다능한 CEO로 평가 받는다. 글로벌 기업 CEO를 수차례 역임하면서 대내외적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ICT 업계에서 행보가 주목 받는 인물로 꼽힌다.
정리=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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