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 공작기계 국산화를 지원하지만 국산화를 하려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잡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독일과 미국에 납품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설프게 하는 순간 일본, 독일, 대만 등에서 치고 들어올 것입니다.”
심풍수 한양대 인더스트리4.0센터 교수는 우리나라가 공작기계 국산화를 하려면 글로벌 분업체계에 편입될 만큼 높은 수준의 국산화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계 국산화가 장기간 걸리는 것을 감안해 당장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일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공작기계 전체 모델을 국산화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리는데 글로벌 분업 시대에서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구매선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분업체계를 흔들리지 않게 관리하면서 세계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국산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30년 넘게 공작기계 국산화를 연구했다. 대학에서 기계설계학을 전공했고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1987년 현대정공울산(현 현대위아) 공작기계 설계부에 합류해 수치제어장치(CNC) 공작기계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2017년까지 현대위아에서 CNC 공작기계 독자모델과 CNC 선반, 공작기계용 소프트웨어(SW) 등을 국산 기술로 만드는데 참여했다. 지난해부터는 한양대 인더스트리 4.0 센터에서 일하며 산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주축과 공구 교환장치 등 중요한 부품을 위주로 공작기계 국산화를 연구했고, 개발한 국산 공작기계 모델은 300종”이라며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을 돌아다니며 공작기계 수출 활로를 찾았다”고 전했다.
심 교수는 기계 국산화에는 많은 노력이 뒤따르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독일, 일본과 달리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국산 공작기계를 만들려면 그만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국산 기술뿐만 아니라 제품 시장성도 함께 봐야 한다”며 “독일이나 일본은 100~200년 전 땅 짚고 헤엄치기 할 시절에 기계산업을 키웠지만 우리는 후발주자인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계 산업은 최근 반도체에 이은 수출 주력품목으로 떠올랐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기술 인력과 국가적인 관심이 기계산업을 키워올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계산업을 키우던 장인정신을 갖춘 기술인력이 은퇴하면서 우리나라 기계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 기계산업 성장은 우수한 기술·기능 인력과 (국가적인) 열정, 사명감이 이뤄낸 결과”라며 “지금은 주력인력이 은퇴하는 반면 젊은 층에서는 제조업에 관심이 없으니 그간 쌓아온 강점이 단절돼 간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기계 산업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인력을 유치하는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계산업 같은 전통 제조업은 정보기술(IT) 산업처럼 소위 '대박'은 없지만 정부에서 계속 키워야 하는 분야”라며 “병역특례 등을 확대해 기계산업에 종사할 기술·기능인력을 유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