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전 기업들이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월풀, 일렉트로룩스 등 쟁쟁한 글로벌 가전업체를 모두 제친 성과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생활가전 시장인 미국에서 2분기 점유율 21.3%로 13분기 연속 1위 브랜드 자리를 지켰다. 한국 가전제품은 차별화된 기술,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 탄탄한 브랜드 파워, 높은 소비자 만족도 등을 보이며 세계 시장을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가전 1위 우뚝 선 'LG전자'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생활가전 기업 중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017년부터 영업이익에서는 1위에 올랐지만, 매출까지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 가전 사업 성장속도는 독보적이다. 세계적으로 가전 시장은 레드오션에, 성장도 정체된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는 이런 평가를 뒤집었다.
불과 3년 전인 2016년만 해도 LG전자는 기존 세계 1위 월풀에 비해 연간 매출에서 7조원가량 차이가 났다. 영업이익 역시 큰 차이가 있었다. 월풀과 격차가 커서 역전을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당시 LG전자는 일렉트로룩스와 함께 세계 가전 기업 순위 2~3위를 다퉜다.
반전은 이때부터다. LG전자는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론칭하며 프리미엄 입지를 강화했고, 스타일러와 건조기, 상중심 무선청소기 등 신가전을 앞세워 성장 가도를 달렸다. LG전자가 꾸준히 가전 사업 매출을 키우는 동안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는 정체기에 머물렀다.
성장세를 발판삼아 LG전자는 2017년 영업이익에서 월풀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는 월풀보다 영업이익이 3배가량 많다. 상반기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는 매출 11조5687억원, 영업이익 1조4451억원을 기록했다. 월풀은 매출 99억4600만달러(약 11조3982억원), 영업이익 4억5400만달러(약 5203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LG전자는 가전 사업 지속성장을 위해 신가전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미용기기 '프라엘'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가정용 맥주제조기 '홈브루'도 선보였다. 또 탈모치료 기기, 가정용 식물재배기,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계속 개발 중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레드오션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신성장 가전을 통해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함에 따라 경쟁업체 대비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식물재배기, 수제맥주 제조기, 아이스크림 제조기, 협탁 냉장고, 탈모치료 의료기기 등 새로운 영역 진출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뉴라이프가전 신제품들은 신규 수요 창출, 브랜드 강화, 레거시 가전과 시너지 창출로 LG전자 수익과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 공략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워 탄탄한 가전 경쟁력을 구축했다.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건조기,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 분야 1위 자리를 수년째 지키는 등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2분기 점유율 21.3%로 13분기 연속 1위 브랜드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가전 사업에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도약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정했다. 기존 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 다른 가치관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핵심 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가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생활가전 사업 비전이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 PRISM)'이다. 백색 광선을 갖가지 색상으로 투영해 내는 프리즘처럼 삼성전자가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가전'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가전산업과 차별점으로 △제조가 아닌 창조(Creation) △표준화가 아닌 개인화(Customization) △이업종과 광범위한 협업(Collaboration)을 제시했다.
프로젝트 프리즘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에 나만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프로젝트 프리즘이고, 삼성이 각양각색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프리즘 같은 매개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프리즘 전략에 따른 첫 제품으로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였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 제작을 뜻하는 말로,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 타입, 소재, 색상 등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가족 수,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주방 형태 등에 따라 1도어에서 4도어까지 총 8개 타입을 조합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이후 김치냉장고 4도어 모델을 추가하며 총 9개 모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조합을 구성할 수 있으며 어떤 조합을 만들어도 이상적으로 어울리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성능과 디자인은 기본이고, 확장성과 호환성 등에서 기존 가전이 구현하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며 경쟁 기업들과 차별화하고 있다”면서 “LG전자의 다양한 신가전과 삼성전자의 프로젝트 프리즘에 따른 맞춤형 가전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제품들로 양사 경쟁력 강화에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