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허브로 탈바꿈
“3~4년 전 처음 '한국의 브루클린이 되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다들 비웃었죠. 지금은? 한국의 브루클린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꼼꼼하다 못해 치밀할 정도다. 결정은 오래 걸리지만, 추진은 불도저 같다. 그런 그가 서울에서 대표적으로 낙후됐던 공업지대 성동구 성수동 일대를 탈바꿈시켰다. 미국 뉴욕의 낙후지역이자 공업지대였던 브루클린이 '도심형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탈바꿈한 것처럼 말이다.
정 청장은 “브루클린은 뉴욕 중심가인 맨해튼과 연결돼 있었지만 낙후된 지역이었다”면서 “뉴욕시의 정책에 따라 이 일대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이 커뮤니티를 이뤘고, 지금은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각광받는 소셜벤처의 허브가 됐다”고 소개했다.
브루클린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정 청장은 직접 뉴욕에 가보기로 했다. 마침 정부를 대표해서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초대를 받은 그는 돌아오는 길에 미국 뉴욕과 캐나다 퀘벡을 들렸다.
뉴욕시 관계자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정 청장은 “그는 5만달러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인 리테일이나 소매점 등의 일자리로는 뉴욕에서 살 수 없다며 팹랩(Fab Lab)과 공유오피스 등 브루클린의 레이디야드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공장지대에 청년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하나의 문화공간, 창업공간으로 바뀌면서 지역이 활기를 띄었다는 설명이다.
정 청장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부터 해결했다. 성수동이 청년창업벤처 허브로 입소문이 나면서 임대료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건물주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황금알을 품은 거위' 이야기를 하며 청년이 떠나면 건물도 비고 임대료도 받을 수 없다고 설득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여의도에도 발품을 팔았다. 2017년 말 국회에서 '도시재생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정 청장은 “뉴욕시의 사례는 책으로 접하고 이미 행정에 접목했지만 현지를 방문해 전문가, 행정 책임자 등과 강의도 듣고 대화를 나눴다”면서 “이후 성동구의 미래 방향이 보다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성수동 일대는 스타트업과 소셜벤처가 활성화됐다. 지역에 청년이 모여드니 상권도 활발해졌다. 첨단기술로 경제활동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루미르라는 소셜벤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전시관을 방문하며 유명해 진 곳이다. 루미르는 촛불이나 등유등(호롱불)으로 LED를 켜는 기술을 개발, 전기생산·공급이 어려운 지역에 보급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대기업과도 공급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
정 청장은 성동구에 소셜벤처와 스타트업이 모여드는 이유에 대해 “구청은 행정적으로 거들었을 뿐 '흐름'”이라고 했다. 기반을 닦았더니 모여들고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취임 후 지역 스타트업과 간담회를 했다. 그 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도 도출됐다”면서 “이때 청년창업이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성동구는 다음달 올해 3번째를 맞는 소셜벤처 엑스포를 개최한다. 정 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동구의 화두는 스마트시티와 일자리 창출, 도시재생”이라면서 “3가지 모두 지역 주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 주안을 두고 '적정기술'을 찾아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시티로 주민의 편의성, 행정 접근성을 높이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도시재생 부분에선 소셜벤처, 스타트업 창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사회 양극화를 방지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성수동과 성동구 일대를 한국의 브루클린, 문화예술 클러스터로 만드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면서 “이제는 벤처 등 첨단 일자리는 물론, 대형엔터테이먼트 기획사도 강남을 떠나 성수동으로 진입하고 있다. 젊은이가 모이는 곳이 바로 '핫 플레이스'”라고 웃음지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