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글로벌 경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소기업 신용등급평가 제도에 대한 보완 및 고난도 기술 개발을 위한 평가·보증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9일 박영선 장관 주재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2차 금융지원위원회를 열고,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자금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박영선 장관과 참석한 시중 은행장 및 정책기관, 중소기업 협·단체장들은 일본 수출규제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점검했다.
일본 수출규제가 겨냥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수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직접적 피해'는 중소기업보다 중견기업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중견 ICT 기업은 일본 규제 영향에 들어가는 민감업종의 대일 수입액은 반도체 소자 41.8%, 회로기판 21%로 전체 일본 수입액의 62.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높은 매출의존도와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해 중소 ICT 기업의 '간접피해'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 원자재 수급 차질은 납품 1, 2차 벤더를 거쳐 납품 중소기업의 매출감소로 연쇄효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글로벌 경기 악화 등 대내외 불안한 경제상황으로 인해 하반기 중소기업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도 신용평가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대출금 회수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은행들이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중견·중소기업의 성과부진에 따른 내년도 신용등급하락 부분은 3·4분기에 어떤 성과를 내는지 충분히 감안하겠다”면서 “신용평가모델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승인을 받아쓰는 모형이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있는 만큼 실무자들과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국산화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중소기업 R사는 불화수소 케미칼 증실시 국내 수요 대기업의 요청 물량 공급을 위해 700억원 투자가 필요하다. 주가총액대비 약 20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외부투자나 은행대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은행대출시 부채비율증가로 대출 이자 상승 및 회사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단계별 투자를 해야 하나 고민이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소재·부품·장비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매우 높다”면서 “필요하다면 해외에서 기술 인수합병(M&A)도 해야 하고 리스크가 매우 큰 만큼 기존과 다른 지식재산권(IP) 보증 및 대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초기 대형 투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아울러 대학, 출연연 기술가치 평가를 통한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성실실패'에 대한 부담 완화를 위한 국책 보증펀드 신설과 기술상장패스트트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장관은 IP담보대출 중요성을 공감하면서 은행·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이 힘을 합쳐 '민간평가위원회'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3차 금융지원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유니콘기업 육성 방안과 함께 다루기로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기술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만큼 중요한 문제가 해당 기술을 사업화했을 때의 가치”라며 “정부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에서 개발된 기술을 구매해주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