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게임의 룰'을 바꿀 선거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이르면 11월 27일 본회의 표결 후 통과될 수 있다. 법이 개정되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는 지역구 의석이 줄고, 비례대표가 늘어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다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동의하지 않았고, 당을 떠나 의원 개개인의 셈법도 엇갈려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홍영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지난 4월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지 121일 만이다.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의원정수는 현행대로 300명을 유지한다. 지역구 225명과 비례 75명으로 숫자를 조정했다. 현재보다 지역구는 28석이 줄고 비례는 그만큼 늘어난다.
법안 의결은 여야 합의 대신 표결에 붙여졌다. 재석 19명 중 찬성 11명으로 과반 이상이 찬성했다. 한국당 7명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표결 강행에 반발하며 기권했다.
홍 위원장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정개특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 등이 입장하자 '기립표결' 방식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이 '날치기'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장 의원은 의결 직후 “대한민국 국회법 해설서를 오늘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세력이 바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일부 세력”이라며 국회법 해설서를 집어 던지고 퇴장했다.
홍 위원장은 “공직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 관계법은 대한민국 정치를 조금이라도 바꿔 보고자 하는 많은 요구와 노력의 결과”라며 “오늘 한국당이 반대하는 속에서 이 의결 조차 국민께 부끄러운 상황 속에서 처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법사위는 최장 90일간 법안 체계·자구 심사를 할 수 있다. 법사위원장이 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임을 고려하면 90일을 모두 채울 가능성이 크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60일을 거쳐 표결할 수 있다. 국회의장이 부의 후 바로 법안을 상정하면 60일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이르면 11월 27일에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붙여질 수 있다.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에 개정된 선거법을 적용하려면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2월 17일 이전에는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희망과 달리 향후 처리과정은 순탄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는데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도 원내 지도부가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본회의에 상정돼도 마찬가지다. 당장 자신의 지역구 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 의원은 개개인 판단에 따라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홍 위원장도 “이 안건이 최종 의결된 게 아니고, 시간이 더 주어진 것”이라며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이기 때문에 적어도 12월 말에는 선거법에 대한 5당 합의가 이뤄져야 정상적으로 총선을 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