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 한 대에는 4~5개의 렌즈가 들어간다. 카메라가 두 개인 듀얼 카메라의 경우 렌즈 수는 8~10개, 트리플 카메라는 12~15개 식으로 카메라 수가 늘어날수록 렌즈 수도 비례해 증가한다. 카메라 수에 따라 증가하는 부품이 또 있다. 렌즈와 렌즈 사이에 배치되는 '스페이서'라고 불리는 차광필름이다. 이 필름은 카메라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난반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사돼 흩어지면 사진이 뿌옇게 보이거나 잔상으로 얼룩지는 플레어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차광필름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꼭 필요한 필수 부품인 셈이다. 하지만 이 필름은 그동안 일본 업체가 세계 독점 공급했다. 1949년에 설립된 광학필름 전문업체 키모토가 스마트폰이 등장한 10여년 전부터 차광필름을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스마트폰용 차광필름에 도전장을 던진 우리나라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코원티엔에스다.
필름 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폴리에스터(PET) 기반 베이스 필름에 특수한 차광 용액을 코팅하는 기술로 차광필름을 개발했다. 기술의 핵심은 PET 필름과 코팅재 조합에 있다.
이승한 코원티엔에스 대표는 “카메라용 차광필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부식 공정이 필수인 데 코팅재가 손상되지 않으면서 PET만 부식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연구개발을 지속한 끝에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코팅재는 렌즈로 들어오는 빛 외 불필요한 빛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PET를 부식시키는 건 카메라 내부, 즉 렌즈 속 빛 산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코원티엔에스는 코팅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PET 부분만 부식시키는 방법을 확보, 스마트폰 카메라용 차광필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코원티엔에스 제품은 내경반사 특성이 향상됐다. 특히 렌즈와 조립시 미세한 가루가 날리지 않아 렌즈 모듈 수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카메라에 실제 적용되는 차광필름은 손으로 잡기 힘들 정도로 작은 도넛 모양 필름이다. 겉보기에 평범해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부품으로 보이지만 일본이 세계 시장 99%를 장악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
그러면서도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생산량은 연간 4억대 정도로 삼성과 LG에서 소비되는 차광필름만 해도 최소 40억개(전·후면 각 5장 기준)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는 듀얼이나 트리플로 발전하는 추세여서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차광필름도 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와 같은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본 제품에 전적으로 차광필름 의존도 개선은 필요한 상황이다.
코원티엔에스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렌즈 및 카메라 모듈 제조사들과 협력 및 스마트폰 탑재를 추진 중이다. 일부는 공급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승한 대표는 “성능, 품질,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한다”며 “꼭 성공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