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반응도 심상치 않다.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가운데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까지 발사하자 야당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주말부터 '안보 불안' '외교 참사' 등을 주장하며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도 장외투쟁 카드를 고려 중이다.
당장 다음주 시작되는 결산국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올해 정기국회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까지 파장이 불가피하다.
여야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규탄했다. 야당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집중 비판하며 북한을 향한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북한 도발을 “매우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거리 발사체라 하더라도 한반도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는 8000만 겨레의 뜻을 저버린 조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은 “(북한의 도발이)이달에만 벌써 다섯 번째”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북한 발사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냉철하게 생각하라”고 촉구했다.
이창수 한국당 대변인은 “대한민국을 모욕하는 북한의 발언에는 대꾸 한마디 못하고 국익에는 도움되지 않는다며 지소미아를 파기해 한미일 동맹의 근간을 뒤흔든 결과가 바로 이것인가. 이것이 청와대가 말한 국익인가”라고 지적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정부는 인내가 아니라 단호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며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로 한미일 안보공조가 흔들리고 있는 이때 북한이 무엇을 노리는지 정확히 짚어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해선 “강한 우려 표명 정도로 넘어갈 시기는 지났다. 상대는 몽둥이를 휘두르는데 언제까지 '유리그릇' 타령이나 할 것인가. 결단력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예정대로 24일부터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중대한 안보 문제마저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장외투쟁 △원내투쟁 △정책투쟁 3대 투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바른미래당도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국회 차원의 안보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장외투쟁 카드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수록 정상적인 국회 일정 소화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정부는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일방적인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즉각 철회하길 바란다”며 “국회 차원의 안보청문회를 개최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국회가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이러한 야당의 공세를 일축하며 정상적인 국회 일정 소화를 촉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신(新)친일파 같은 행위는 그만둬야 한다”며 야당의 공세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지소미아가 종료된다고 갑작스럽게 동북아 안보 불안이 생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소미아가 없다고 해도 티사(TISA·한미일 정보공유 약정)라는 협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을 향해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원인과 당사자는 고려치 않고 피해 보는 우리를 향해 비난하는 신(新)친일파 같은 행위는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렇게 할수록 국민이 '저 사람들은 친일파에 가깝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 당은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여야가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26일 예정된 결산국회 종합정책질의(1일차)부터 정쟁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종합정책질의에는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등 대다수 국무위원이 참석한다. 올해 정부 예산안과 정책에 대한 평가 및 심사가 아닌, '안보'를 주제로 한 정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9월 2일 개회가 예정된 정기국회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올해 정기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미진했던 민생·경제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여당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를 마치 한미일, 한미동맹의 파기처럼 주장하는 야당 논리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결산국회를 시작으로 정기국회와 예산안 심사까지 20대 국회의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민을 위한 국회를 위해 국회 내에서 토론하자”고 촉구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