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아쉬운 혁신성장 '업그레이드'…체감성과·경기활력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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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혁신성장 확산·가속화 전략'과 이를 뒷받침 할 '2020 전략투자 방향'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인 만큼 2년여 기간 추진한 혁신성장 정책을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책 초점은 지원체계 정비와 재정투자 확대에 맞췄다. 담당 공무원조차 헷갈렸던 선택·집중 분야를 정비하고 내년 예산을 통해 중점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기존 혁신성장 정책의 '업그레이드' 수준인 만큼 획기적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혁신성장이 최근 경기부진을 만회할 핵심 수단임에도 그런 효과는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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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어수선한 지원 체계…성과·확산 더뎌

정부는 지난 2년여 기간 혁신성장 정책을 수차례 발표했다. 혁신성장은 기획재정부가 키를 쥐고 있지만 특성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타 부처 역할이 크고, 청와대까지 직접 관심을 보이다보니 지원 체계가 어수선해졌다.

정부가 육성 계획을 밝힌 분야는 △3+1 전략투자(데이터, AI, 수소경제+혁신인재) △8대 선도사업(스마트공장·산단, 미래차, 핀테크, 바이오헬스, 에너지,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드론) △3대 중점육성 산업(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형자동차) △13대 혁신성장동력(빅데이터, 차세대통신, AI, 자율주행차, 드론, 맞춤형헬스케어, 스마트시티, 가상현실·증강현실, 지능형로봇, 지능형반도체, 첨단소재, 혁신신약,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분야별 중복이 많고 차별화도 어려워 '중점지원'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업무 담당자도 분야별 차별점, 상호 관계를 명확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체감 성과 부족'과 '더딘 확산'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혁신성장 체감 성과 부족을 지적했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장에선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로 신사업 추진이 막혔고, 미래 먹거리 발굴이 더디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혁신성장 관련 법·제도 개선 지연, 일부 분야에 한정된 성과 창출, 사회 전반으로의 확산 부족 등도 문제로 꼽혔다.

정부도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일부 양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 사람·제도 등 경제·사회 전반의 시스템 혁신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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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주재했다.

◇6대 신산업 예산 45% 확대…인재 20만명 이상 양성

정부는 '혁신성장 확산·가속화 전략'과 '2020 전략투자 방향'에서 혁신성장 정책 체계를 일부 개편했다. '3+1 전략투자'를 '데이터,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 수소경제'로 수정하고, 분야별 추진전략을 고도화한 게 핵심이다.

업계는 5G를 전략투자 분야에 추가한 것을 긍정 평가했다. 그간 민간 역할에 무게를 뒀던 5G 산업을 정부가 중점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8대 선도사업' '3대 중점육성 사업' '13대 혁신성장동력' 등 혁신성장 체계 전반을 개편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평가다.

정부는 내년 6대 신사업에 올해보다 45% 많은 4조7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른바 'D.N.A'로 부르는 데이터, 네트워크(5G), AI에 올해(1조1589억원)보다 47% 많은 1조7100억원을 투입한다. 데이터·AI 분야에선 △데이터 가치사슬 활성화 7200억원 △AI 생태계 조성 1900억원 △데이터·AI 융복합과 활용 1400억원 등 총 1조600억원을 투자한다. 5G 분야는 △공공 선도투자 1000억원 △민간투자 마중물 제공 3200억원 △산업기반조성 2200억원 등 총 6500억원을 투입한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는 '빅3'로 정하고 올해(2조956억원)보다 44% 많은 3조원을 투입한다. 시스템반도체에 2300억원, 바이오헬스에 1조2800억원, 미래차에 1조4900억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범부처 의료기기 연구개발(R&D), 수소차·전기차 기술개발 등 신규사업을 대거 추진한다.

'3+1 전략투자'에서 제외된 혁신인재 부문은 '혁신기반 강화' 차원에서 추진한다. 5년(2019~2023년) 동안 AI 인재 등 총 20만명 이상 혁신인재를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혁신인재 양성과 관련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젊은 세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일하는 30대 후반에서 40대분들에게 AI 재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젊은 분들과 함께 재교육이 필요한 40대, 50대에 (지원이) 집중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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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혁신성장 확산·가속화 전략 관련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체감 성과 가속화? '글쎄'…경기부양도 미지수

정부가 혁신성장 지원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간 정부가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중 혁신성장에 가장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예산 확대 외에는 획기적 대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내년 예산안이 총 52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만큼 6대 신산업에 투입될 4조7100억원도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복잡한 지원 체계 전반을 개선하지 않았고, 법·제도 개선 관련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 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회 계류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에 대해 정부는 “개정을 추진한다”고만 밝혔다. 수소경제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국회 발의된 관련 법에 대해선 별다른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내년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지적된 '체감 성과 부족'에 대해서도 구체 대안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과제 이행 점검 체계를 구축하겠다”면서 “혁신성장전략점검회의에서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하고, 점검 결과는 혁신성장전략회의나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상정해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리스크 확대, 투자 부진 등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규제혁신 등에서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규제혁신과 관련 “기존 구축한 제도(규제 샌드박스, 규제입증책임제, 포괄적 네거티브)를 활용해 핵심규제를 개선하는 등 규제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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