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가전 부품만 개발하던 인력들이 모여서 완제품을 개발하려고 하니 너무 어려웠습니다. 부품만 하면 됐지 완제품을 개발하다간 망한다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묵묵히 최선을 다해 주고 있는 직원들이 고맙습니다.”
신영석 범일산업 대표는 정수기와 인덕션 기능을 결합한 '하우스쿡 조리정수기' 개발 과정을 이같이 회상했다.
신 대표는 범일산업 2세 경영인이다. 범일산업은 1980년 범일금속공업사로 출범했다. 전기압력밥솥, 전기프라이팬, 의료기기 부품인 열판과 유도가열방식(IH) 레인지, IH 밥솥용 IH 워크 코일 부품을 생산한다. 국내 열판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LG전자, 쿠쿠전자, 쿠첸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우스쿡은 범일산업의 주방가전 브랜드다. 첫 제품이 조리정수기다. 한 제품에서 물을 받고 곧장 가열할 수 있는, 일종의 즉석 조리 기기다. 2016년에 첫선을 보인 후 1년 동안 필드테스트를 거치며 지금의 제품을 내놨다. 주방가전 부품 사업만 40년 동안 운영하던 회사가 내놓은 첫 완제품 사업이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본 업체에 방문했다가 주파수가 달라 기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망신을 사기도 했다. 개발 과정이 너무 고단해서 그만두겠다는 직원도 생길 정도였다. 그럼에도 신 대표에게 미래 성장 동력 확보는 포기할 수 없는 과제였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 있는 '2세 경영인' 타이틀이다. 그러나 그가 느끼는 책임감은 무겁다.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사업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신 대표는 “범일산업에 1990년에 입사해서 30년 동안 직원들과 일했지만 3년 전 대표직에 오르니 시각이 달라지더라.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했다. 우리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야만 했다”면서 “하우스쿡 브랜드로 출시한 조리정수기와 스마트 프라이어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 가고 있다. 현재 조리정수기는 누적 판매 3000대를 돌파했다. 기업간거래(B2B)시장에서는 웰스토리, 아워홈 같은 대기업 케이터링 업체, 편의점, PC방 등에 공급했다. 일반 소비자 시장,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를 확대한다. 인도네시아 프랜차이즈 업체와 100대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고, 태국 유통사와는 3500대의 대규모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매출을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신 대표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제조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어깨를 무겁게 하지만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제품, 안전한 친환경 제품, 사용하면서 소요되는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절감형 제품, 위생 제품, 글로벌 제품을 목표로 미래 성장 동력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매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