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硏 “값싼 전기, 공기업 책무로 돌려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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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혁신도시 한전 종합상황실에서 직원이 전력 수급 현황을 주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에 3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누진구간별 요금격차가 해외보다 크고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는 도입 근거조차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또 전기요금을 소비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합당한데 정부가 '저렴한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비합리적 사고를 공기업 책무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연제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행 주택용 요금체계 문제점'에 대한 3가지 의견을 개진했다.

정 연구원은 현행 주택용 누진제 1단계와 3단계 요금차이가 3배로, 해외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h 이하)에 1㎾h당 93.3원, 2구간(201∼400㎾h)에 187.9원, 3구간(400㎾h 초과)에 280.6원을 부과한다. 정부는 2016년 누진제 개편을 실시, 기존 11.7배에서 3배로 완화했지만 누진배율 2배 이내로 적용하는 미국 등 해외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는 진단이다.

정 연구원은 “(정부가)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가 저소득층일거라고 판단해 1단계 요금을 원가보다 훨씬 낮게 책정했고 이로 인한 손실분을 회수하려고 3단계 이상 요금을 비싸게 책정했던 것”이라며 “과거에는 고소득층만 전기를 많이 소비한다고 인식해 기형적 구조가 지속될 수 있었지만 전기소비 패턴과 가구 구성이 달라지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누진 1단계(200㎾h) 가구에 한해 월 4000원 요금을 깎아주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유지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제도 취지가 필수사용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모두가 적용 대상이어야 하는데, 1단계 가구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정부가 설명해 한다는 제언이다. 또 1단계 요금은 이미 원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책정, 동일한 목적으로 추가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결론이다.

정 연구원은 “감사원 분석을 보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를 적용받는 892만 가구 중 사회적 배려계층이 아닌 일반가구는 876만 가구에 달했다”며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등은 이미 한전 복지할인 적용 대상에 포함돼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제도는 도입 근거가 빈약하고 실질 효과도 없다”며 “정부가 선별된 지원 대상에 한해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현행 전기요금 산정 원칙' 문제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현행 전기요금은 △전기공급에 소요된 취득원가 기준에 의한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하고 △소비자 부담능력 등 사회정책 요인을 고려해 소비자간 부담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인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 연구원은 “전기는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소비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가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전기에 대해 적정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합리적 요금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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